이준익 감독의 ‘동주’는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우연찮게도 조정래 감독의 ‘귀향’과 비슷한 시기 상영돼 일제강점기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현실을 보여주는 양축으로 비쳐졌는데 ‘귀향’ 속 위안부 소녀들이 온몸 곳곳 뼈아프게 새겨진다면, ‘동주’의 시인 윤동주와 독립운동가 송몽규는 한 편의 시처럼 가슴 한편 녹아든다.
  ‘동주’가 상영된 지난 달 30일 저녁 8시 야외상영장에서는 그 인기를 반영하듯 3,400명에 그쳤던 29일과 달리 2,000여석 전석이 매진됐으며, 이준익 감독과 배우 박정민의 갈라 프레젠테이션이 이뤄졌다.
  오늘날 우리에게 시인과 윤동주라는 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그에 대해 모를지언정 대표작 하나쯤 모르는 이가 없지 않나. 하지만 영화는 그가 살아 있을 당시 시인이 아니었노라는 사실을 밝힌 뒤 인간 윤동주를 조명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으로 꼽히는 그가 실은 모든 면에서 뛰어나고 적극적인 사촌이자 친구 몽규를 질투하고, 스스로의 방식이나 작업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 채 방황하는 등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이는 훌륭한 인물을 깎아내리는 게 아니라 그가 가진 아픔과 시가 나오기까지의 상황을 이해하는 밑바탕으로 작용한다. 독립 운동가였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송몽규라는 인물을 부각해 청춘들이 불의에 항거하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한편 오랜 시간 유망주였던 배우 백정민의 저력을 끌어낸다.
  답답할 거 같던 흑백화면은 역사적 사실과 일대기, 감정에의 몰입을 돕고 중간 중간 등장하는 강하늘의 시 낭송은 담백해서 더 울림이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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