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를 비롯한 시대와 조국의 아픔을 되짚는가 하면 전주 한옥마을, 부안 매창을 소재로 전북만의 뮤지컬을 제작하는 등 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예술단체로 성장한 ‘극단 명태’가 올해로 창단 20주년을 맞았다.

특별한 해를 기념해 ‘스물, 세상에 눈을 뜨다!’를 슬로건으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며 현재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리고 있다. 창단 20주년과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으로 이뤄졌으나 짧은 준비기간으로 명태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지 못했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행사에 초연작 및 연극제까지 더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 다를 바 없었던 로미오와 줄리엣

창단기념공연에서 고전을 선보인다고 했을 때 원작 그대로일 거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특유의 색깔과 장점이 녹아든 그들만의 고전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26일 아하아트홀에서 펼쳐진 ‘극단 명태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극단 명태의 것이 아니었다. 익히 알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3시간에 달하는 분량을 1시간 20여분으로 정리, 간결하고 빨라진 전개와 미리 밝힌 결말은 친숙한 내용이 줄 수 있는 지루함을 피해갔다. 서사배우가 중간 중간 내용을 정리하거나 대사에 오늘날 표현들을 덧대고 처음과 끝, 주특기인 노래와 율동을 삽입한 건 새로운 시도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속한 두 가문의 오랜 갈등이 지금의 남한과 북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전라도와 경상도와 다르지 않으며 연극을 통해 사랑과 용서라는 해결책을 제시하려는 노력을 벌인 것 또한 뜻깊다.

그러나 이런 시도들이 온전히 극에 스며들지 못해 어색해지고 극적 긴장감도 떨어뜨려 명태만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다다르지 못했다. 셰익스피어 특유의 시적 표현들과 시쳇말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했으며 두 가문 사이 싸움이 일어나 로미오가 추방당하는 등 사건이 전환되는 중요한 대목은 긴박하면서도 섬세하게 묘사되지 못했다.

원인으로는 한 달 반가량의 짧은 연습기간이 꼽힌다. 5월 11일 해당 배역을 뽑는 오디션을 갖고, 지난 12월부터 17일까지 열린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을 준비하는 한편 타지에서 온 연극인들과 호흡하느라 2주가량 연습을 쉬다보니 원하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 잘 알려진 내용이라곤 해도 처음 진행하는 만큼 충분하고 치밀한 연습과정이 필요했을 거란 게 중론이다.

▲ ‘질’보다는 ‘양’?!

이밖에도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이 잇따른다. 일단 우리 뮤지컬 만들기 시리즈 ‘연가’, 시민을 위한 무료 연기 워크숍 ‘나도 배우다’,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을 마쳤으며 하반기 김제 벽골제와 임실 치즈피자를 소재로 한 창작초연 뮤지컬 2개와 ‘제1회 전주국제 10분 연극제’, 전주문화재단 평일상설공연 유유자적 참여 등을 계획 중에 있다.

평소 해 오던 것들에 뮤지컬 2편, 연극제까지 신설한 의욕과 의미는 바람직하지만 완성도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고 있다. 프로그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다보면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다른 행사에 치여 충분히 준비하지 못할 거란 판단에서다.

일 년에 한 편 만들기도 어려운 창작극은 두 개나 올릴 예정인데 10월 공개될 ‘단야별곡’은 전북문화관광재단의 ‘2016년도 무대공연작품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으로 2,000만 원을 지원받는다. 혈세로 제작되는 만큼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할 터다.

8월 5일부터 14일까지 개최될 ‘제1회 전주국제 10분 연극제’는 일본팀과 국내팀, 아마추어팀이 참여해 지역민들에게 현 경향인 짧은 연극을 보여주는 한편 타지 및 해외 연극인들과 교류한다는 취지나, 국내팀과 아마추어팀의 경우 명태와 명태가 인큐베이팅하고 있는 동아리들이 참여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양보다는 질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건 이 때문. 수가 적을지언정 내실 있게 준비하는 게 전북문화관광재단의 ‘2016년 소극장지원사업’을 통해 7,500만 원을 지원받은 단체로서의 의무이자 향후 30주년 나아가 100주년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터다.

명태 관계자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준비하면서 다른 것도 병행하다보니 연습을 많이 못했고 약간의 어색함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뮤지컬과 연극제는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 1년에 한 번꼴로 창작하는 우리 뮤지컬의 명맥을 이어가고 연극제를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흐름을 제시하겠다”라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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