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수하 시인

이상 시는 많은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었다. 시 좀 써봤다거나 읽었다는 사람들이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언어. 영원한 상징 같은 그의 시는 늘 허공에 떠 있었다. 밤새워 끙끙거리며 알아낸 것들은 저마다 다르다. 밤새워 궁리해 쥐어졌나 싶으면 또다시 손아귀에 쥐어진 모래알처럼 스르르 흘러버린다. 마치 풀기만 하면 우주의 원리를 알아낼 수 있을 것 같은 공식이나, 클라인의 병(Klenin’s bottle)처럼 그의 시는 입구와 출구를 구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상의 시는 당시 문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김억(1896∼?)은 ‘시는 기지(機智)가 아니다’라는 글을 통해 ‘이상의 시는 시가 아니며 가장 조선말답지 못한 산문’이라고 꼬집었는가 하면 김기림(1908~?)은 이상을 ‘누구보다도 가장 뛰어난 쉬르리얼리즘의 이해자’로 평가하는 등 생전과 사후 극단적인 평가가 이어졌다.
  이러한 이상의 시를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책이 출간됐다.
  윤수하가 지은 『이상의 시, 예술 매체를 노닐다』(지식산업사, ‘솔벗한국학총서 21권’)는 아직도 어렵게 읽히고 있는 이상의 시에 나타난 예술 매체와 학문 분야의 결합을 살펴본 책이다.
  그는 ‘들어가는 말’을 통해 ‘이상 시를 고찰하는 것은 우주와 인간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그려내려 했던 창작자의 주제의식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상은 개인과 실존, 우주와 만물에 대해 숙고했으며 그에 따른 밀도 있는 사유의 결과는 시적 형상화로 표출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책의 목적을 ‘이상 시에는 여러 예술 매체와 분야(건축, 회화, 공예, 디자인, 사진, 연극, 영화)와 다른 학문(수학, 과학)의 정수가 망라, 공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시에서 비문학 장르를 수용하는 방식을 밝힘으로써 미학적 가치를 매기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윤수하는 “지금까지 이루어졌던 이상 시에 대한 다양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이상 시의 매체 결합의 미학적 측면을 생각해보고, 이상이 타 예술매체를 활용해 어떻게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했는지 살폈다”고 말했다.
  저자는 전북대학교에서 ‘이상 시의 상호매체성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집 『틈』을 냈고,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됐다. 현재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강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상문학회 편집위원이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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