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담고 가르치는 것이 전부였는데 / 차마 그을 수 없는 선을 긋고 물러나 / 뒷산으로 출근한다 / 오르지 못했던 정상을 향하여 / 다시 산에 오른다 / 한 굽이 돌아 숨 돌리는 시간 / 서늘한 기운이 돌고 어스름이 내린다 / 날은 저물어 식탁에 둘러앉아 / 평화와 안식을 위하여 기도하는 시간 / 나의 시간 / 지금 오후 여섯 시 반.

김영진 시인이 시집 ‘여섯 시 반’을 펴냈다. ‘여섯 시 반’은 김 시인이 교직에서 은퇴하고 난 후 반환점을 돌아 마지막 고갯길을 오르는 심정을 담담히 담아냈다.

시집에는 천변 수채화, 나무물고기, 화암사, 땅따먹기, 겨울산사, 사라지는 노병, 바람부는 날, 시집보내는 시집, 북극의 눈물, 그곳에도 눈이 내리지요 등 도내 자연과 삶을 담뿍 담겼다.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늦가을 한적한 천변의 모습 등 일상을 시작으로 웃어야 할 때 웃지 못하고,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지 못하고, 살진 커다란 몸 기둥으로 산을 받들고 떠받치는 단단한 대리석 폭포를 본다라는 현실적 표현을 첨예하게 그리고 있다. 그리고 눈 내리는 주말 오후 어머니를 생각하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로 마지막 장을 써내려갔다.

김 시인은 1997년 시집 ‘주님찾기’로 등단했고, 2011년 목포문학 신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장병운기자․argus@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