晴湖

界火島冬天顯明

恐晴湖返照加靑

登堤爽快遙山潛

能壓西湖若有亭

微風振黃菊傲霜

候鳥群舞促寒情

白浪生滅氣洒落

悠悠遊流可入定

晴湖(청호) 부안 청호

界火島冬天顯明(계화도동천현명)

새만금을 따라 아득히 펼쳐지는

계화도 겨울 하늘

유난히도 밝게 빛나는데

恐晴湖返照加靑(공청호반조가청)

아마도 맑고 맑은 청호 거울이

겨울 하늘 비추어

푸르름을 더 맑게 하나?

登堤爽快遙山潛(등제상쾌요산잠)

도반이 청호 제방에 올라서니

기운이 상쾌해지고

아득한 산들이 호수에 잠기는데

能壓西湖若有亭(능압서호약유정)

아! 청호정만 있었더라면

중국 제일경 서호의 풍광을

능히 압도할 수 있을 텐데.

微風振黃菊傲霜(미풍진황국오상)

새만금에서 불어오는 미풍이

청호의 노랑국화를 흔들어도

서리를 이겨내는 기개는 빛나는데

候鳥群舞促寒情(후조군무촉한정)

철새 떼들은 무리를 지어

청호 상공으로 날아오르며

겨울 정경을 서둘러 재촉하네.

白浪生滅氣洒落(백랑생멸기쇄락)

청호 상에서 하얀 물결은

바람 따라 생겨났다 사라졌다 하니

겨울 기운을 맞는 게 쇄락하여

悠悠遊流可入定(유유유류가입정)

아! 청호에서 유유하게 거닐며

부안 풍광을 즐기며 흐르면

가히 깨달음의 경지에 들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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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이 좋아서 자주 부안을 찾는다. 천석고황을 치유하려는 의도가 꿈틀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마다 긴 제방이 나타나 궁금했다. 궁금증을 풀려고 제방에 올라서보니 큰 호수가 아득하게 펼쳐져 있다. 이름은 청호라고 한다. 변산의 완만한 줄기가 용의 등처럼 구불거리며 호수로 잠겨드는 듯하다. 하늘은 청호의 맑은 물결 빛을 받아 더욱 더 푸르다. 제방의 노랑들국화는 오상고절의 기상을 산들바람으로 전해준다. 그래서 더욱 반갑다.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는 부안은 호수의 나라이다. 네이버를 통해 확인한 댐과 호수만 140개를 넘는다. 이만하면 호수의 나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으며, 호남(湖南)의 중심임을 입증한다. 이제부터 변산여택(邊山麗澤)으로 부르고 싶다. 변산에 아름다운 호수가 어우러진다는 표현이다. 호수가 더욱 더 운치를 가지려면 광한루 크기의 아름다운 정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묵객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며 청호를 소재로 아름다운 글귀를 풀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청호는 계화도 간척지 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하여 인공적으로 축조한 방대한 규모의 호수이다. 면적은 5㎢, 둘레는 8km이고, 저수량은 1,893만톤이다. 댐 길이는 5,335m, 높이는 7m이다. 물이 맑고 깨끗하여 민물새우, 붕어 등 각종 담수어가 풍부하다. 동진강과 만경강물이 흘러들어오는 하구에는 갯벌이 발달하여 겨울철 철새들과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한다. 가까이에 직소폭포, 내소사 등의 관광명소가 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이 때문에 중국 소주의 제일경 서호와 우리의 호수와 풍광을 곧잘 비교를 하였다. 중국의 서호는 원래 전당강(錢塘江)과 서로 연결된 해안의 포구였는데, 진흙과 모래로 막혀 육지의 인공호수로 조성된 것이다. 전체 면적은 6.3㎢이며, 둘레는 15km, 평균 수심은 1.5미터, 최대 수심은 2.8미터이다.

우리의 옛 시인들은 서호를 보지 않고도 본 사람보다 더 뛰어나게 묘사한다. 조상들의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부안을 천하제일의 청정바다와 호수의 나라로 가꿔나가는 게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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