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가 지구상에 출현한 이후 경제성장은 지상의 과제였다.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성장 지상주의는 국경도 없고 인종, 문화도 없었다. 거의 모든 국가들이 오로지 경제성장을 위해 매진했다. 심지어는 사회주의까지 경제성장은 최우선 순위 정책 지향점이었다. 
  여기에 반기를 든 것이 바로 1972년 나온 로마클럽보고서다. ‘성장의 한계’라는 제목이 붙은 보고서는 인구 폭발에 못 따라가는 식량 생산, 자본재를 빠른 속도로 잠식하는 공업생산, 재생 불가능한 천연자원의 고갈, 환경오염의 가속화 등으로 인해 성장은 제한을 받는다는 견해를 표명했다. 물론 전 세계가 깜짝 놀랐다. 성장에 매달려 앞만 보고 달려온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지식인 등은 보고서가 예측하는 암울한 전망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로마클럽 보고서는 성서와 마르크스 자본론, 다윈의 ‘종의 기원’과 함께 세계를 뒤흔든 책으로 늘 선정되곤 했다.
  이런 맥락의 논문과 책, 보고서는 이후에도 꾸준히 나왔다.
  1990년 미국 환경학자 도넬라 메도스는 “경제성장을 억제하지 않으면 21세기 후반에는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인류와 지구는 파멸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성장의 한계 , 그 이후’라는 보고서도 같은 논조를 폈다.
  “오늘날 전 세계가 공동으로 직면한 가난과 고용 문제와 같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그런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 성장일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성장에 대한 의존은 헛된 희망을 낳는다. 그러한 성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유한한 세계에서 맹목적으로 성장만을 추구하는 것은 대부분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최근 서점가에 ‘성장을 넘어서’라는 허먼 데일리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책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에서 그는 경제는 무한히 성장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구 생태계가 유한하고 성장하지 않으며 물질적으로 닫힌계이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어느 순간 생태적 수용력을 초과하는 시기가 오며 그 때 성장은 멈출 것이라는 이야기다. 다 비슷한 이야기다.
  문제는 이런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성장제일주의는 건재 한다는 점이다. 주류경제학이 희소자원이 다 소모되는 것을 아예 상정하지 않기에 선후진국 가릴 것 없이 성장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무한한 탐욕을 버리라는 ‘성장의 한계’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성장률에 올인하는 한국도 이 문제를 심각하게 성찰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