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아주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원시 시대 물물교환에서 시작해 물품 화폐와 금속 화폐-주조 화폐.지폐 그리고 현대의 전자 화폐를 대표로 하는 21세기 형 화폐가 그 과정이다. 물품화폐를 보면 아주 다양했다. 조개껍질을 비롯해 곡물, 피혁, 가축 등 가치 있는 것이라면 다 돈 대신 사용됐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부피가 크고 상하기 쉬운 것이 대부분이어서 화폐로서 기능을 하기엔 부적절 했다.
  그래서 나온 게 주조화폐 즉 동전이다. 동전 바로 직전 금속화폐는 칼이나 쟁기를 일정한 규격으로 통일시킨 것이었다.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유통된 도전, 포전이 그것인데 돈과 생활용구 기능을 겸했다. 이 역시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따라서 소규모의 동전이 필요해진 것이다.
  진시황의 통일제국인 진나라는 이 동전을 법정화폐로 정했다. 둥근 외형에 네모 구멍이 난 모양인데 각각 하늘과 땅을 뜻하는 것이었다. 무게는 반량에 불과 했다. 한나라 때는 그 무게를 다시 절반으로 줄여 늘어나는 화폐 수요에 부응하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700년 소아시아에서 일정한 모양을 갖춘 동전이 기록에 남아 있다. 이것이 사실상 세계 최초의 동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동전은 대개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 재료로 쓰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돈이 더 소량일 필요가 있었고 그에 부응해 금이나 은 등 귀금속이 쓰였다. 물론 금화와 은화는 그 가치가 아주 높았다. 이 금화와 은화는 유통과정에서 무게가 줄어드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했다. 결국 귀금속은 뒤로 물러나고 동전은 소액의 잔돈 거래에 쓰이게 됐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오는 2020년까지 우리나라를 ‘동전 없는 사회’로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 편의점에서 잔돈을 선불식 교통카드에 충전하는 서비스를 시범 실시키로 했다. 한국은행은 앞으로 편의점 외에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신용카드나 계좌에 넣어주는 방식도 채택할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가 구현되면 한 해 500억 원이 넘는 동전 주조 비용을 줄이고 국민 불편도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네티즌들 반응이 여러 갈래라는 전언이다. 찬성 쪽도 많지만 물가가 오른다거나 그게 가능하냐는 등 다소 회의적 반응도 있는 모양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현금이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비율이 36% 정도다. 나머지는 신용카드나 모바일 페이 등 다양한 전자화폐가 차지하고 있다. 대세가 현금 대신 전자화폐인 사회지만 그로 인한 혼란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동전 없는 사회가 야기할 제반 상황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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