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인증(認證)이라는 신산업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이   성    수

인증샷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인증샷은 인증(認證)과 샷(Shot)을 합성한 신조어로 인터넷에 자신이 한말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직접 찍거나 화면을 캡쳐해서 올린다는 의미로 쓰인다. 최근 들어서는 단연 촛불의 힘을 보여주는 인증샷이 압권이라 하겠다.

인증(認證, Certification)은 ‘어떠한 문서나 행위가 정당한 절차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공적 기관이 증명하는 것’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국가기술표준원이 운영하는 사이트인 e-나라표준인증에서 정의한 기술적 의미는 ‘제품 등과 같은 평가대상이 정해진 표준이나 기술규정 등에 적합 하다는 평가를 받음으로써 그 사용 및 출하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되어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평가대상이 그에 적용되는 평가기준에 만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격을 갖춘 자가 평가를 직접 수행하거나 제3자의 평가결과를 근거로 입증하는 행위를 받아야 하는데 이를 인증제도라고 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가장 대표적인 인증제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 자기인증제도(국토교통부 주관)와 제작자동차 인증(환경부 주관)이 있다. 이들 인증에 불합격된 자동차의 제작자에게는 정하는 기간에 생산된 것으로 인정되는 같은 종류의 자동차에 대해 판매정지 또는 출고정지를 명할 수 있도록 관련법에 명시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어떤 제품이 인증에 불합격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에 제조 기업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법률인 PL법(Product Liability,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기업이 돌이킬 수 없는 큰 손해를 감수하기도 한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디젤게이트’가 인증과 관련된 대표적 사례다. 이는 폭스바겐 그룹이 자사 차량의 배출가스 통제 시스템 작동을 중지시키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여 연비를 조작하고 거짓 인증을 받은 것으로, 이에 따른 결과는 너무도 매서웠다. 글로벌 시장에서 무려 1,100만대에 달하는 차량을 리콜 해야 하며, 벌금 등 배상액 규모만도 약 182억유로(약 22조6,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폭스바겐그룹은 추산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직원 3만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융합신기술로 인해 신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인증 시장규모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융합 기술을 적용한 부품 및 시스템이 시장에 진출하면 안정성에 대한 요구가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세계 시험·인증시장 규모는 2014년 167조원에서 2020년 240조원으로 성장하고, 우리나라 시장규모도 9.5조원에서 14조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산업통상자원부 자료)하고 있다. 시험·인증산업이 신산업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자동차융합기술원에서는 올해부터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국제인증 지원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영국 교통부 차량인증국(VCA)으로부터 자동차 및 부품 인증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았고, 독일의 기관과도 인증시험소 지정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현재 조성 중인 상용차 주행시험장 시험로에 대한 국제규격 인증도 추진할 계획에 있다.

인증시험기관으로 지정되면 지금까지 부품이나 차량의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소극적 인증에서, 아세안 10개국 및 유럽, 미국 수출을 위한 적극적 인증 추진이 가능하게 된다. 주행시험장과 각종시험시설을 중심으로 인증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인재 육성 및 전문가를 양성하여 취업과 연계하는 사업도 병행 추진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자동차산업이 국내시장을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활동영역을 넓히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도 제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을 거라는 어두운 전망이 우리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더 큰 시장이 형성된 해외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 지역의 많은 산업체가 해외 인증을 취득하고 물량을 수주한 인증샷과 함께 웃음 짓는 그 날을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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