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백상자 등에 지고 / 가슴 앞에 두렁박 차고 / 한 손에 빗창을 쥐고 / 한 손에 낫을 쥐고 / 한 길 두 길 깊은 물속 / 허우적 허우적 들어간다”
  제주 해녀들의 노동요다. 차고 어두운 바닷물 속으로 내려가 해삼이나 멍게, 전복, 미역 등을 따는 게 그들의 일이다. 거칠기만 한 바다를 삶의 무대로 하는 만큼 언제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그러니까 이승과 저승이 간발의 차인 절박한 순간들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런 노래라도 부르며 애환을 달래는 것이리라.
  제주해녀들의 일상은 정말 감동스럽다.
  해녀들은 눈만 뜨면 가족들 상차림을 서두른 뒤 바다로 나간다. 그들에게 물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바다로 뛰어들면 보통 20m 정도는 거뜬히 들어간다. 또 숨쉬기도 거의 2분은 참아낸다. 물위로 치솟으면 ‘호오이’하며 가쁜 숨비 소리를 낸다. 참아냈던 숨을 한 번에 다 내쉬기 위한 수단이다. 해녀들의 물질은 보통 서너 시간은 걸린다.
  뭍에 오르면 끝이 아니다. 이번에는 밭으로 달려간다. 척박한 땅을 일궈서 먹을거리를 해결하는 것 역시 해녀들의 몫이다. 남자들은 주로 멀리 고기잡이를 나가는 만큼 가계를 꾸려나가는 것은 해녀들의 임무다. 밭일만이 아니다. 바위 위에 바닷물을 잡아 소금을 만드는가 하면 연안에서 멸치잡이도 해야 하는 때도 있다.
  이렇게 고된 하루하루를 보내는 해녀들에게 바다는 애증의 대상이다. ‘서방보다 바다가 좋다’는 그들만의 속담이 있는가 하면 ‘여자로 낳느니 소로 낳지’라는 자기비하의 말도 나눈다. 하지만 해녀들은 그들의 운명에 순응한다. 생존을 위해서는 말 그대로 그냥 하는 것 외에 딴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 제주 해녀의 문화가 1일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회의에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됐다. 유네스코 측은 해녀들의 삶 자체가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데 동의 했다. 맨몸으로 바다 깊이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 자체가 자연친화적이며 정체성이 독특하고 공동체를 통해 전승된다는 것을 높이 샀다. 이로써 제주도는 2건의 인류문화유산과 3건의 자연과학분야 유산을 갖게 됐다.
  사실 제주 해녀는 제주도의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대략 기원전후 해서 제주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우리나라 해녀의 역사다. 그만큼 오랜 역사와 전통 그리고 노하우를 갖고 있다. 특히 해녀들의 강하고 따뜻한 품성은 그 어느 여성 직업군에 비해 탁월하다. 다만 해마다 그 숫자가 줄어들어 급기야 4300명선으로 떨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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