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왕국과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단골손님 중 하나가 치타다. 치타는 힌두어로 얼룩무늬라는 뜻이다. 치타의 사냥 장면은 차라리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길고 늘씬한 몸으로 가젤을 맹렬히 뒤쫓는 것을 보면 경탄이 절로 나온다. 치타의 최고 속도는 시속 120km. 지상에 있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 약점도 있다. 전 속력으로 발을 내딛는 만큼 1분 이상 달릴 수 없다. 치타의 먹이가 되는 가젤이나 영양도 빠르고 민첩해 사냥에 성공할 확률은 5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치타와 영양은 서로 상대를 붙잡기 위해 또 상대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진화를 거듭해왔다.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몸이 진화한 것이다. 그런 만큼 그 어느 누구도 일방적인 우위를 점할 수 없다. 서로 쫓고 쫓기는 과정에서 진화적 경쟁을 치열하게 벌여 서로 녹록치 않은 상대가 됐다.
  또 하나 치타의 맹점은 다른 포식동물에 비해 체구가 작다는 것. 그래서 사냥에 성공하더라도 사자나 하이에나와 같은 다른 맹수에게 먹이를 뺏길 위험은 상존한다. 치타는 이를 잘 아는 만큼 가능한 빨리 식사를 끝내고 자리를 뜬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만큼 사람들의 관심도 높았다. 고대 무굴제국 어느 황제는 치타를 1000마리나 길렀다고 한다. 거의 모두 야생에서 포획해 길을 들인 것이었다. 마치 사냥개처럼 사람들을 위해 사냥을 했다. 하지만 치타의 약점이 또 있다. 감금 상태에서는 번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치타는 꽤 오랜 기간 구애과정을 거치는데 갇힌 치타들은 사랑할 생각을 포기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최근 영굴 런던 동물학회 보고서는 치타가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현재 야생에 남은 치타는 불과 7100마리로 절반 이상이 아프리카 남부 6개국에 서식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에서는 멸종했고 이란에만 50마리 정도가 남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인간과의 충돌. 인간이 초원을 계속 개간하면서 서식지가 줄었고 먹이가 되는 영양이나 가젤도 인간의 사냥감으로 전락하면서 먹이도 감소한 때문이다. 학회는 하루 빨리 치타를 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치타는 유전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유명하다. 근친교배가 많아 유전적 다양성을 10%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부적 또 환경적 여건이 계속 나빠지는 상황이어서 자칫 이 아름다운 동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험도 점쳐지고 있다. 인간의 자연 파괴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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