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가장 중점을 뒀던 정책이 있다면.
-올해 가장 중점을 뒀던 것은 ‘학교 자치’인데, 이를 강조한 데에는 철학적 이유가 있다.
저를 포함해서 모든 인간은 자율적 존재로 태어난다. 자율적 존재가 집단적으로 가장 많이 모여 있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자율성이다.
우리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갖고 태어난 자율성을 최대한으로 꽃 피울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런 출발점으로 학교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자율성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철학적 바탕에서 학교자치를 강조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감 스스로 자율성에 훼손을 가하는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권고는 가능하지만 특별한 예외적인 사유가 없는 한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그런 생각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한 해 아쉬웠던 것이 있다면.
-전북교육이 이뤄낸 가치들이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국 시도에서 각각 그 나름의 의미 있는 교육가치 창출을 해 왔지만 전북교육이 이뤄낸 가치들은 그 어느 지역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것이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전북도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쉽고, 여론형성의 수도권 집중, 언론의 수도권 집중 등 이러한 한계로 인해 이슈 알리기에 전북교육의 성과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의 홍보력 한계도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있어서 우리 성과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혁신학교 양적확대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어떤 생각인가.
-개혁에는 개혁의 성과도 있지만 걸림돌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고, 비판 없는 개혁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확신을 가지고 개혁을 한다 해도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외부·내부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한다.
진정으로 전북교육 발전을 위한 비판은 언제든지 수용해야 한다고 보지만 그게 아닌 성과 자체를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나오는 비판은 비판의 형식을 취하지만 사실은 비난이다.
그런 것을 스스로 차단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
혁신학교 정책이 완벽하게 성공적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인간의 영역이 절대는 없기에 이 정도면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이것은 교육감의 노력이 아니라 교육공동체 구성원의 노력이고, 구성원 속에는 학부모의 역할도 상당하다.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학교현장의 민주화는 얼마나 이뤄졌다고 생각하나.
-얼마 전 외부활동을 나가있는 사이에 전주 모 초등학교 학생 13명이 예고 없이 교육감을 만나겠다고 찾아온 적이 있다.
다음날 담당 장학관, 과장에게 뒤늦게 얘기 듣고 ‘직무유기 하셨다’라는 말을 했다.
“우리 아이들이 나를 만나겠다고 찾아왔는데 못 만나게 하다니...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만나게 했어야지”
만나지는 못했지만 상당히 기뻤고, 교육감이라는 내가 아이들에게서 멀지 않구나, 만질 수 있는 존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교육민주화의 시금석이 아닌가 생각한다.
추상적이고 일반적인지 모르지만 진실한 것은 함께 노력해 왔다는 것이고, 교육민주화에 대해 일단은 최소한의 신뢰를 얻었다고 본다.
아직도 관계의 어려움, 벽 이런 걸 느끼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얇아질 것이다.

초등성장평가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업무 가중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초등성장평가제를 도입한 목적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과 성장잠재력 등을 어떤 틀에 억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끌어내자 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사고체계는 결코 객관식 사고체계가 아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나라 교육방법이 자유로운 상상을 발휘하는 그런 아이들을 선택형 사고의 틀로 집어넣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탈피하자라는 뜻에서 도입한 것이 초등성장평가제도고, 전북형 초등성장평가제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교육청이 먼저 나선 것이 아니라 도내 여러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해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아래로 내리는 정책은 실패 가능성이 높고 자발성을 끌어내기 어렵다. 그런데 이것은 아래서 위로 올라오는 즉, 학교 현장이 교육행정을 리드하는 그런 정책이었다.
제도 1년이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혼란을 겪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혼란은 우리가 꼭 겪어야할 혼란, 과도기적 혼란이고 결국 아이들의 성장을 제대로 돕는 혼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1년 하고서 바로 평가 내리기는 뭐하지만 1학기 때 나왔던 현장에서의 많은 어려움들, 고충들이 2학기 들어서 많이 적어졌다.
또한 교사들이 학교는 다르더라고 서로들의 경험을 나누고 있는 등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어 올해 1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학교통폐합, 학교총량제, 농촌학교 살리기 등에 대한 의견은.
특히 우리나라에서 학생 1인당 교육비 비교를 참 많이 하는데, 대도시 학생 1인당 교육비 보다 농산어촌 학생 1인당 교육비가 훨씬 많다는 거다.
하지만 이 말에는 하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데, 교육소외계층과 소외지역에 들어가는 예산이 그렇지 않은 지역·계층에 들어가는 예산보다 훨씬 많을 수밖에 없다.
그래야 우리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교육의 기회균등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면 갈수록 우리나라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이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거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다고 한다.
똑같은 나라에서 똑같은 학생들로 자라고 있는데 교육소외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그 이유 하나로 교육차별 당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 될 과제다.
또한 ‘수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학생수가 필요한 것이지 그것도 유지 못하면서 어떻게 정상적인 수업이 진행될 수 있겠냐’라는 문제제기들을 하는데, 이것은 의지와 철학의 문제지 결코 제도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어떤 의지와 철학을 가져야 되느냐’, ‘어떻게 해서든지 학교는 살려 나간다’ 라는 전재를 세우고 학교 간에 공동 교육과정 운영, 공동 프로그램 운영 이런 것들을 통해서 얼마든지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현상적으로 결과적으로 드러나는 숫자만 가지고 ‘앞으론 이렇게 될 것이다’, ‘앞으로 이건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단정하는 자체가 굉장한 사고의 천박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북교육청은 이제까지 해왔던 것처럼 학교 살리기를 위해서 모든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겠다.

지난해에도 소통부재라는 지적이 많았다.
-사람마다 소통의 방법이 있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교육공동체내에서의 소통은 어느 정도이루고 있다고 보는데, 각 계층별로 많은 말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만족스럽다’고 생각하는 층은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에 대한 지적은 외부와의 소통일 텐데, 외부와의 소통을 많이 안하는 것은 사실이다.
소통에는 만남이 있어야 하는데 만남 자체가 많지 않다보니까, 그 부분은 참 아쉽게 생각하고 앞으로 노력하겠다. 

2017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수업 나눔과 평가혁신을 통한 ‘즐거운 학교문화 조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수업 나눔은 교실마다 교사들마다 수많은 수업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교실에만 머무르게 한다 던가 교사 개인에게만 머무르게 하면 오히려 수업에서 얻는 가치들이 사장된다.
서로 열어놓고 공유하도록 하고 평가도 지금까지 해왔던 천편인륜적인 평가가 아니라 정말 교사별로 평가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면서 평가의 다양성을 기해보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의 문화자체가 그 모든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문화가 되도록 하자는 목적이다.

교육행정은 오로지 아이들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이것을 위해 본을 보여야 하는 자리가 교육감의 위치 아니겠는가? 스스로 아직 불필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면 내려놓는 노력 계속해야 할 것.
교육감의 권한이 많지 않다던 가 교육장의 권한이 많지 않다는 말이 나오면 그것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에서 가하는 공격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니고, 내속에서 일어나는 자기파멸적인 공격, 그것이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바로 권력 탐욕이고 그 탐욕이 농도를 더해 갈수록 권력 중독으로 바뀌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감 자리도 권력인데 권력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힘이라고 생각하고 누리려고 생각할 때 스스로 붕괴한다.
내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결코 권력을 누리려 하거나 권력의 자리에서 호사를 누리려고 해서는 안된다.    

김승환 교육감은 “미래시대는 누가 무엇을 얼마나 더 많이 아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리는 시대가 아니다”면서 “수많은 지식들이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나의 지식으로 융합시켜서 새로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지적토대를 만들어내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고, 또 그것을 어떻게 창조와 연계시키냐의 문제이다”고 말한다.
김 교육감은 이에 대한 답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줘야 하는 것’이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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