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학계에서는 대뇌피질의 뉴런이 생후 몇 년의 결정적인 기간에 완숙하게 발달하며 그 뒤로는 뇌 조직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1950년대 이래 줄곧 정설로 간주돼왔었다. 그러나 최근의 수많은 연구에서 뇌 조직은 자체적으로 계속 재편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른바 뇌 가소성이다.”

신경과학자 마이클 머제니치의 말이다.

여기서 대뇌피질은 뇌에서 고차원적인 지적 능력과 관련된 부분으로 지각과 운동, 사고 등 각기 전문화된 기능을 수행하는 영역들로 구성돼 있다. 말하자면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바로 대뇌피질 덕분이다.

그의 말대로 오늘날 뇌가 계속 변한다는 설이 다수설이다. 보통 나이 9세면 뇌 발달이 끝나고 그 다음부터는 뇌 세포가 죽어갈 일만 있다는 과거 주장은 이제 힘을 잃었다.

현재까지 규명된 뇌에 관한 설들을 보면 우선 뇌는 쓰면 쓸수록 발달하고 안 쓰면 그만큼 퇴화한다는 것이다. 또 뇌는 평생 동안 개인이 겪는 여러 가지 환경의 변화나 자극에 따라 조금씩 바뀐다는 것도 폭넓게 받아들여지는 주장이다. 그런가하면 뇌 신경세포가 손상돼도 학습에 의해 다른 영역에서 손상된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혀져 있다.

물론 청소년기의 뇌 발달은 그 이후 발달 속도에는 비할 수 없이 빠르다. 다시 말해 어릴적에는 뇌의 가소성이 높은 반면 나이가 들면 낮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속도는 늦지만 뇌의 변화는 평생 동안 이어진다는 게 학계의 공통된 견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등 국제공동연구팀이 뇌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에 의하면 얼굴인식을 담당하는 뇌의 방추상회 부위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성장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어린이 22명과 어른 2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정량적 자기공명영상(qMRI)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어른들 뇌에서 얼굴인식에 쓰이는 뇌 부위인 방추상회의 상대적 크기가 나이에 관계없이 점점 늘어났다는 것이다. 뇌 가소성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우리는 우리 뇌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뇌는 인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근 연구결과대로 뇌가 평생 동안 변할 수 있다면 이는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하드웨어를 보유한 셈이기 때문이다. 특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지적 활동을 멈추기 쉬운데 이는 분명 잘못된 일이다. 앞으로 연구가 더 진행되면 두뇌력을 인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터이니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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