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생태도시국장 양연수

전주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 수가 연간 1천만명을 향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찾는 이들이 느끼는 한옥마을의 멋은 어디에 있을까? 700여채의 한옥이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옹기종기 처마를 맞댄 한옥의 아름다움. 한옥의 매력은 하늘을 향해 날아갈 듯 가볍게 솟아오른 팔작지붕의 끝과 부드러운 용마루의 곡선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다. 전주만의 멋은 부드러운 곡선에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곡선의 멋을 간직한 한옥을 대표하는 전통의 도시 전주는 또 하나의 자랑을 만들고 있다. ‘곡선의 도로’가 바로 그것이다.

‘쭉쭉 뻗은 도로’가 산업화의 상징이 되어 발전평가의 지표가 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 자동차가 다니기 쉬운 도로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도로정책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건물을 허물면서까지 불필요한 직선도로를 만들지 않겠다는 정책이다. 이로 인해 도로공사에 필요한 예산을 감축하고, 교통사고를 줄이며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거시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 선두에 전주시가 있다.
곡선도로를 추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직선도로를 보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달리는 차들밖에 안 보지만 곡선도로를 달리면 주변 풍경이 보이고 거리와 사람이 보이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달려오던 도로의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곡선 도로의 안전성에도 이유가 있지만 도로를 보면 차만 보이고, 거리를 보면 사람이 보이고 풍경이 보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주는 그동안에 봐왔던 ‘도로’가 아닌 ‘거리’로 바라볼 때가 된 것이다.

전주시는 앞으로 도로 개설 시 불필요한 직선도로 대신 완만한 곡선으로 설계하는 등 인간과 자연, 자동차가 공존하는 도로체계를 점차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주행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과속 등으로 인해 교통사고 위험률이 높아지는 직선도로보다는 교통사고의 위험이 적은 완만한 곡선으로 설계해 보다 안전한 도로를 만들며, 건물이나 토지를 비싼 값을 주고 매입하거나 자연을 파괴하면서 터널을 뚫는 등의 행위를 가급적 자제해 소요되는 예산도 절감시킬 계획이다.
이미 서곡~추천대교간 도로확포장 공사의 경우 완만한 곡선으로의 선형변경을 통해 직선도로 개설시보다 예산을 50억원 절감한 사례도 있다.
또한, 직선도로 대신 전주천 등 하천과 산, 나무 등 도시의 자연형태와 지역특성, 주민 여건 등을 고려한 완만한 곡선도로를 만들면 자연과 생태도 보호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동안 대부분의 도로개설사업의 경우는 일직선도로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의해 산을 깎아 터널을 뚫는 경우가 많았다. 또, 도로를 내기 위해 건물과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해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공사비용이 늘어나기도 했다. 완만한 곡선도로로 선형을 변경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다소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다. 전주는 자동차에게 내어준 도로를 가장 인간적인 거리로 만들어 가고 있다. 지속적인 정책 실현을 통해 도로를 줄이고 시민들에게 걷고 싶은 길, 자동차로 달리고 싶은 도로를 만들어 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다.
우르과이 남부 라군(lagoon)지역에는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다리가 있다. 완전한 원의 모양을 하고 있는 ‘라구나 가르손’ 다리는 자동차의 속도를 느리게 만들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곳은 새를 비롯한 동물들의 천국이기 때문에 과속하는 자동차 때문에 동물들의 서식환경이 나빠지는 것을 막을 생각으로 원형교량을 만들었다고 한다. 1000만달러 라는 비용을 들여 1년 넘는 공사를 거쳐 탄생된 것이다.
전주에도 세계인 주목하게 될 우르과이의 ‘라구나 가르손’이 만들어질 것이다. 현대사회는 사람의 편리가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가 우선시 되는 시대이다. 시대 흐름에 발맞춘 아름다운 곡선의 도로는 이제 전주시민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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