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일보 2017년 신년 릴레이 인터뷰
- 정황근 농촌진흥청장

FTA 확대, 쌀 과잉 생산, 기후 변화 등과 함께 농촌 고령화까지 농촌이 직면하고 있는 어려움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AI·구제역 발생 및 한우산업 하락 등 축산농가까지 타격에 휘말리는 등 농촌 미래가 어둡기만 하다. 이에 우리 농촌 정책의 기술적·전략적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농촌진흥청의 역할이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해 농진청 사령탑을 맡아 농촌 활력화에 노력하고 있는 정황근 청장을 만나 농업의 전망 및 중점 추진사업 등을 들어봤다./

◆지난해 8월 부임 후 추진하신 중점 사업은?

지금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혁신적인 농업과학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청은 ICT·BT 융복합을 통한 미래성장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과 농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와 함께 농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고품질, 가공, 체험관광, 농촌지원 연구를 통한 6차 산업화를 촉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한 친환경농업 등 농산업이 지속 성장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농업과 농촌의 활력 증진을 위해 신기술 보급, 전문인력 양성, 여성과 고령 농업인을 포함한 농업인 삶의 질 향상 사업도 지원한다.
특히, 농업의 미래성장 산업화를 촉발하고 현안문제 해결을 위해 'Top 5 융복합 프로젝트'를 중점 추진하고 있다.

◆FTA확대, 고령화, 기후변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 농업의 전망은?

올해도 농업 강국과의 FTA 발효(발효된 FTA 14건, 51개국), 세계경제의 리스크 증가 등으로 우리 농업은 어려운게 현실이다.
영국 브랙시트(Brexit) 가결·탈퇴협상 이후의 불확실성 증폭에 따른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은 농축산식품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고, 미 트럼프 정부의 FTA 재협상 시 농산물 부분 이익확보도 절실해지고 있다.
여기에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의 활력이 떨어진다는 우려감도 팽배하다.
하지만, 귀농·귀촌인구 증가, 6차산업 활성화, 농작업환경 개선 등 긍정적 요인을 지원한다면 농촌활력 창출도 가능하다.
저출산 및 1인 가구 증가(혼밥족), 청탁금지법 시행 등 소비·생활패턴의 구조적 변화가 심화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

◆'Top 5 융복합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

최근 핵심성장 분야로 주목받고 있는 쌀가루·스마트팜·밭농업 기계화·반려동물·곤충 등 5가지 분야의 연구개발 촉진과 성과 확산을 위해 과제별 융복합 연구팀을 구성해 'TOP5 융복합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 중 밭농업기계화를 예로 들자면, 그동안의 농업은 논농사 중심으로 거의 기계화가 이뤄진 반면, 팥·수수·기장과 같은 밭작물은 생산량 부족으로 수입에 의존해 왔다.
그런데 최근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입대체 밭작물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
밭작물은 주로 고령 여성이 재배하므로 가볍고 다루기 쉬운 농기계를 개발하고, 이에 적합한 품종개발 등 파종에서 수확까지 기계화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아라리팥'은 수확기 대가 잘 쓰러져 기계수확이 어려웠던 재래 팥 품종 대신, 수량도 많고 기계화 작업이 가능하도록 품종을 육성한 대표 작물이다.
TOP5 프로젝트 사업별 연구는 국내 대학·기업 등 민관과도 협력을 강화해 농업인은 물론 일반 국민들도 체감하는 성과를 조기에 도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쌀 소비부진을 해소하기 위한 '쌀가루 산업화'도 궁금하다.

쌀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글루텐이 없어 밀가루 가공식품 대체가 가능한데, 밀보다 제분비용이 2~3배 높아 대기업이 투자를 기피한다.
그럼에도 2014년 말 쌀 가공산업의 총 매출액은 4.2조원 규모(2008년 대비 133% 증가)이고, 향후 연평균 10% 이상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쌀 재고 증가 문제를 해결할 주요 사업이 쌀가루 산업인 것이다.
농진청은 쌀가루 전용 벼 품종 육성으로 쌀가루 시장 확대 가능성을 확인했다.
밀가루와 전분구조가 유사한 쌀가루 전용 '수원542호'는 쌀빵, 쌀과자, 쌀면, 맥주 등 21종 시제품 제작·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또 쌀가루 전용 품종은 밥쌀용으로 쓸 수 없어 쌀 수급에 영향이 없고, 연간 소비되는 밀가루 200만톤 중 10%인 20만톤을 쌀가루로 대체할 수 있다.
심각한 쌀 수급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고, 웰빙의 장점이 있어 국민의 식생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게 '쌀가루 산업화' 프로젝트다.

◆곤충산업도 농민들에게 관심을 끄는 사업인데?

국내 곤충산업 시장 규모는 8,000억원 규모('16년)로 '10년보다 2배로 성장했고, '20년에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곤충은 식용뿐만 아니라 의료용, 화분매개용, 환경정화용, 학습애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농진청은 과학적 안전성 평가를 거쳐 4종(갈색거저리-고소애, 쌍별귀뚜라미-쌍별이, 흰점박이꽃무지-꽃벵이, 장수풍뎅이-장수애)을 일반식품(식품공전)으로 등록했는데, 제과제빵, 환자식 메뉴 등으로 이용되고 있다.
곤충은 다양한 의약품 및 생활용품 소재로도 활용되는데, 딱정벌레인 애기뿔소똥구리에서 추출된 항생물질인 코프리신이 고가의 기능성 화장품으로 활용되거나, 왕지네에서 분리된 항생물질이 아토피 치유에 이용되고 있다.
최근 누에고치 추출 실크잉크 뼈 고정판, 고정나사 등을 만드는 '바이오 3D 실크 프린팅 시스템' 개발은 우리 농산업에서 획기적 출발점이 되고 있다.

◆농업 6차산업화는 심화 단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아는데?

농업 6차산업화가 농촌지역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데, 아직은 소규모 개별 경영체, 단일품목 생산·가공으로 인해 시장경쟁력 확보 여건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6차산업화지구 규제 특례를 확대해 주요 규제를 개선하고, 생산·판매 중심에서 체험·가공·식당·숙박·편의시설까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수요자 중심의 가공창업 활성화 지원을 위해 시군 농산물종합가공센터를 올해 25개소 추가 설치(44→69)하고 운영단계(준비→구축→활용)별 컨설팅을 추진한다.
아울러 농진청이 개발한 신품종을 농협 하나로마트를 통해 판매하고, 대규모 생산단지와의 런칭 등을 통해 마케팅을 지원할 예정이다.
참고로 전북 고창군은 지역 자원을 활용해 청보리밭 축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등재, 읍면별 공동체사업, 치유중심의 체험, 로컬푸드직매장 등으로 매출 및 고용창출을 이뤄낸 농업 6차산업의 대표적 우수사례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고창군이 6차산업화 심화 지원을 추진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중점 추진 사업이 있는가?

농진청은 지난 성과와 기반을 토대로 올해도 새로운 미래를 향한 힘찬 도약을 시작했다.
농진청은 농업인이 필요로 하고 미래가치가 높은 농업기술 혁신을 통해 농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또 수출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민생과 경제 활력화를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 창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
이들을 구체화한 게 'Top 5 융복합 프로젝트' 사업이다.
프로젝트를 역점적으로 추진해 단기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하겠다.
전북도민들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달라./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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