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의 동물농장과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 동물사회에서도 늙은 수컷은 참 비참합니다. 평생 적으로부터 무리를 보호하던 수사자는 사냥할 힘을 잃으면 젊은 수컷에게 자리를 내주고 쫓겨나 혼자 죽어 갑니다. 늙은 수고양이도 죽을 때가 되면 스스로 그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침팬지도 먹이 주는 습관을 바꾸면 늙은 수컷은 새로운 습관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젊은 것들과 암컷에게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라마다 늙은 남자를 조롱하는 유머도 많습니다. 일본에서는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달라붙는다.’는 뜻으로 "비 오는 가을날 구두에 붙은 낙엽" 신세로 비유됩니다. 한국에서도 ‘이사 갈 때 미리 조수석에 앉지 않으면 놓고 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어느 한 할멈이 모처럼 동창회에 갔다가 시무룩한 모습으로 돌아왔답니다. 남편이 왜 그러냐고 묻자 한숨만 푹푹 쉬더랍니다. 이윽고 남편이 용돈, 해외여행, 명품지갑 등등을 거론하며 남들과 비교되어 그러느냐고 묻자 반색을 하며 “그게 아니고 남들은 다 싱글이 되어 편히 사는데 당신만 살아있더라.”라고 했답니다. 말도 안 되는 유머지만 풍자된 내용이 암시하는 바가 큽니다. 어쨌든 위의 예들은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는 서운한 맘과 함께 참 씁쓸한 생각이 드는 표현들입니다.

  생각해 보면 젊은 시절부터 퇴직 전까지 식구들 부양하고,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하느라 한 평생을 뼈가 빠지도록 일 해오면서, 취미생활은커녕 돈 한 푼 아끼려 친구들 술 한 잔 사주는데도 인색해야 했던 일도 많았는데 나이 들어 이런 취급을 받는다 생각하니 분통만 터질 뿐이지요.
  한 통계를 보면 더욱 씁쓸해 집니다. 몇 년 전 일본의 한 지역에서 노인 3,100명을 조사했더니 여성은 남편 있는 쪽이 남편 없는 쪽보다 사망 위험이 두 배가 높았고, 남성은 그 반대로 부인 있는 쪽이 더 오래 살았다고 합니다.
  얼마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는 70대 이상의 여성의 71.8%가 "늙은 남편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여론조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그만큼 여자가 남자를 돌봐야 하는 기간도 늘어 그만큼 여자의 부담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정말 항간에 떠도는 말대로 남자들에겐 섭섭하고 소외감이 들어 점점 더 내몰리는 느낌만 들뿐입니다.

  그러나 기죽지 맙시다. 고생하며 살아온 날이 얼마인데 보답은커녕 내몰리는 신세가 되어서야 쓰겠습니까? 살아있는 동안에 대접받고 존경을 받으려면 나를 위한 준비가 철저해야 된다고 봅니다. 돌파구와 야무진 전략을 세워야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늙기 전부터 꾸준한 운동은 필수이며,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적절한 보양식도 섭취해야 합니다. 아울러 자신의 취미나 특기를 꾸준히 살려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행복한 시간들로 채워집니다.
  행복이나 즐거움, 자기만족들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닌 자신이 만들어가야 합니다. 무시나 소외를 당한다고 절망과 분노에 머문다면 구제해줄 사람도 없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강해지고 자립과 해결방안을 찾아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홀로서기와 혼자만의 적응방법이 무엇인지 스스로 만들어 갈 때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음을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술이나 담배 등은 취미생활이 아니고 해결방안도 아님을 명심합시다. 순간을 참지 못해 술, 담배에 의지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해는 가지만 현실적 해결 대안이 아닌 자신을 해하는 생활일 뿐입니다.
  그리고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맺어갑시다. 소원疎遠했던 친척부터 친구, 동창들과 다시금 만날 기회를 갖고 추억을 더듬는 멋진 시간들을 즐겨 봅시다. 아울러 부부나 가족 간의 사랑은 더 진하게 형성해 가고, 지나친 물욕物慾은 버리되 내가 쓸 수 있는 용돈만큼은 언제라도 마르지 않도록 대처해야 할 것입니다.
  결국 나이가 들수록 버림받지 않으려면 결국 내가 어떻게 처신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 할 것입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 오늘은 항상 어제 같지 않음을 깨닫고, 오늘의 여건은 어제만 못하다는 현실 인식 속에서 개선방안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노력의 자세가 노옹들의 책무임을 부탁드리는 것은 무리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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