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 대결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결과는 5번의 대국에서 알파고가 4승1패로 압승을 거뒀다. 그나마 한 판을 이긴 것도 아마도 인간으로서는 마지막일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왔다. 여하튼 이 대국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위력적이며 인간 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는지 잘 알려준 이벤트였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거론되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 몇 가지를 추려보자. 먼저 인공지능은 상상 이상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알파고의 예를 보면 실감할 수 있다. 또 이미 인공지능은 실생활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의 상징물인 로봇이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사실도 요즘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 직종마저 인공지능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인공지능의 앞날이 밝은 만큼 인간들의 앞날은 어두울 수 있다는 비관론이다. 전문가들은 오는 2040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똑똑해져 결국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인들 대부분은 인간 수준까지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데 대해 위험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다만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아직 인공지능이 감정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컴퓨터 기술로 만드는 인공지능은 선악 개념을 비롯해 인간을 따라오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보통 자아를 지닌 것을 강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데 아직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얼마 전 인간과 인공지능의 번역 대결이 벌어져 관심을 모았다. 국제통역번역협회와 세종대가 주최한 이 행사에서 주어진 문장을 번역하는 방식으로 인간과 인공지능이 경쟁했다. 그 결과는 인간의 싱거운 승리였다. 인공지능은 속도 면에서는 인간을 압도했지만 언어의 뉘앙스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질적인 면에서 인간과 비교가 안됐다. 특히 비유적 표현이나 언어적 유희를 전혀 따라잡지 못했다.
  현재로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에게 실질적 위협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자의식에 눈을 뜨는 날 우리 앞에 펼쳐질 디스토피아는 끔찍하기까지 하다. 영화 ‘아이로봇’이나 ‘터미네이터’, ‘매트릭스’의 장면들을 생각하면 피부에 와 닿을 것이다. 미국 SF작가 버너 빈지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앞으로 30년 내 우리는 인간을 뛰어넘는 지성을 창조해낼 기술적 수단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리되면 곧 인간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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