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열린 ‘제14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는 웃픈(?) 사건이 벌어졌다. 한 수상자가 돈이 필요하다며 트로피를 50만 원에 판 것. 자신의 음악적 가치를 돈과 바꿨다는 비난 섞인 시선도 있지만, 상 받을 만큼 능력을 인정받는 음악가가 50만 원을 벌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는 덴 공감할 거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되묻게 하는 요즘, 여전히 그곳으로 향하는 이들이 있다. 올해 2월 학부를 졸업하고 첫 발을 내딛는 신예 미술인들이 주인공이다. 힘든 걸 알면서도 자신의 꿈과 소명을 좇는 그들의 모습이 더 없이 빛난다.

▲ 우진문화재단, 신예작가초대전

우진문화재단은 ‘제26회 신예작가초대전’을 갖는다. 9일부터 22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열리는 정기전은 미술작가로 살아가려는 젊은이들의 출사표 같은 전시다. 걸출한 도내 대학 졸업생들을 통해 대학별 작업경향을 비교해보고 기성작가와는 또 다른 풋풋함과 참신함을 느낄 수 있다.

올해는 군산대, 예원예술대, 원광대, 전북대 4개 대학에서 한국화, 서양화, 조각을 전공한 10명을 조명한다. 강유진 박지수 이루리(전북대), 고건영 김단비(군산대), 고은솔 김관호 이수정(원광대), 안제하 조혜미(예원예술대).

이수정은 현대인들이 지향하는 외적인 아름다움, 물질만능주의, 권력지상주의를 주목해왔다. 어릴 적부터 아름다움을 추구했음에도 차츰 물질적으로 변해가는 스스로를 바라보는 등 혼란이 고스란하다. 나아가 미의 본질을 되묻는다.

김단비는 배경에서 벗어나려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한, 보일 듯 말 듯한 얼굴을 구현한다. 열정으로 도전했지만 혼란스러운 세상에 당황하고 사랑과 추억, 그리움으로 위로 받는 모습은 더도 덜도 아닌 사회 초년생이다.

박지수는 인물화를 그린다. 사진을 그대로 묘사해 오일페인팅한 서양화처럼 보이나 전통채색에 기반한 한국화다. 장지에 채색 안료를 수십 차례 반복해 깊이와 입체감을 더한다.

▲ 갤러리 숨, Canvas 뛰쳐나오기

갤러리 숨은 6일부터 26일까지 ‘Canvas 뛰쳐나오기’를 연다. 새내기 작가들이 다채롭고 풋풋하게 시작을 알리는 자리로 관람객들이 희망을 전해 받고 또 누군가에게 전해주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았다.

설은화 윤소라(원광대) 형내인(전북대) 황조은(군산대) 대학을 갓 마친 4명의 미술가들과 함께한다. 설은화는 쉼터 나아가 유토피아인 나무가 없어진 날을 상상한다. 피터팬과 함께 사라진 나뭇가지와 그늘, 아무것도 입지 않은 원초적인 그는 석고와 천에 먹으로 구현된다.

윤소라는 공간과 사람 사이 이야기들을 여러 차원으로 표현한다. 1차원 쫄대의 선, 2차원 쫄대들이 만나는 부분의 면, 3차원 앞 뒤 공간을 표현한 입체를 나무로 만든다. 형내인은 66년간의 휴전상태, 세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우리는 종전이 아니라 정전 중임을 환기시킨다. 사상과 이념이 담긴 책으로.

황조은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방어기제로 엉덩이를 택한다. 얼굴을 숨기면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인간의 나약함이 선명하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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