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AI에 이어 구제역까지 ‘후진국형 가축전염병 온상’
해마다 반복되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구제역까지 동시 발생하면서 대한민국은 후진국형 가축전염병의 온상이 되고 있다.
전북은 지난해 11월 김제에서 시작된 AI 사태가 석 달이 지났지만 도 방역당국은 아직까지 ‘종전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다. AI로 도살된 가금류는 328만 마리에 이르며 직간접 경제적 피해규모는 수 천 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AI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구제역까지 터지면서 당국의 방역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나를 여실히 보여주면서 근본적 시스템 정비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지는 현재의 도내 가축전염병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리즈를 세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①때만되면 찾아오는 AI와 구제역

◇빠르고 독한 AI로 가금류 농가 초토화
지난해 11월 김제 오리 농가에서 첫 AI가 발생한 뒤 부안과 정읍, 고창에서 잇따라 AI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7일에는 익산의 한 육용종계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됐고, 이튼날 다시 군산 임피면 육계농가에서 지난 2일에는 고창의 산란계 농장에서 AI 의심신고가 연이어 들어오는 등 국지전이 계속되고 있다.
김제 오리 농가에서 최초 의심 신고가 접수된 이후 지난 3일 현재까지 도내에서 AI로 도살 처분된 가금류 수는 328만7000마리에 달한다.
특히 알 낳는 닭인 산란계의 피해규모가 커지면서 계란 1684만개가 폐기돼 AI는 사상 초유의 ‘계란 대란’을 불러왔다. 도내에서 살처분된 가금류의 61.1%에 해당하는 201만마리가 산란계였으며, 육계 32만5700마리, 토종닭 15만3000마리, 오리는 71만7000마리가 AI로 희생됐다.
이에 일부 지역에서는 계란 한판에 1만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속출했고, 물량 부족에 따른 품귀 현상까지 빚어졌다.
1월 중순 이후로는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지만 2월에 이어 3월에도 AI 의심신고가 접수되고 있어 종식 선언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구제역
긴장이 풀어지나 하는 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에는 구제역이 덮쳤다. 지난달 6일 정읍에서 한우 48마리를 사육하는 이 농장에서는 6마리의 소가 침을 흘리는 증세를 보였다. 이에 당국은 339마리를 매몰했으며, 이후 도내에서는 현재까지 추가 의심사례가 없는 상태다.
보건당국은 소의 항체 형성률이 97.5%에 달한다며 예방을 자신했으나, 구제역 백신 접종이 사실은 엉터리 통계 수치를 근거로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구제역이 발생한 이 지역의 실제 항체 형성률이 5%밖에 되지 않는다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지고 일선 농가에서 착유량 감소와 육질 저하 등을 우려해 일부러 백신을 놓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문제가 커졌다.
특히 전북은 구제역 발생으로 중단됐던 한우고기의 홍콩수출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정읍의 의심신고가 구제역으로 확진되면서 1년을 기다려 가까스로 회복한 수출 위생조건이 한 달도 버티지 못 해 또다시 물거품이 됐다.
때문에 이번 AI와 구제역 사태를 거치며 방역 시스템의 허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만큼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철저한 시스템 재정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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