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이 사진, 예술보다 더 값진 무언가를 말한다. 서학예술마을 젊은 여성 작가들과 할머니들을 통해서다.

4월 1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기획전 ‘서.학.동.에.산.다.’는 여러모로 뜻깊은 전시다. 좋은 작업을 펼치는 국내 사진가들을 초빙하는 등 전문 사진공간으로 입지를 다졌음에도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그렇다.

예술과 전문성을 지향하고 있지만 때로는 진정성이 그보다 더 아름답고 감동적이라 생각했고 진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진관이 자리한 예술마을 서학동과 그 곳 주민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예술인 뿐 아니라 동네 일반인들까지 끌어안은 것 또한 뜻깊다.

기획자 한 숙은 김정화 이지민 이윤경과 ‘작달비 창작당’으로 활동 중이며 마을 할머니들과 ‘초록꿈 공작소 할매 공방’을 만들어 이끌고 있다.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 작달비에서 이름을 딴 창작당은 세상의 변화를 꿈꾸는 서학동 엄마들을 자처하며 지난해 첫 번째 전시를 열었다. 도예, 평면, 염색, 바느질을 오가며 따로 또 같이 선보이는 결과물은 경계가 없다.

바느질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마을 어르신들은 공방으로 뭉쳤다. 구멍이나 단추가 아닌 원하는 무언가를 완성도 있게 꿰매는 작업은 귀찮지도, 진부하지도 않은 신비의 영역이다. 김지연 관장은 “서학동이란 공동체를 빛나고 아름답게 가꾸려는 이들이 모여 우울했던 국가 재난을 훌훌 털어버리고 벚꽃과 함께 만개하는 장을 펼쳐보려 한다”면서 “작가들 자신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를, 할머니들에게는 삶의 의욕과 활기를 되찾아 주는 이 일은 예술 이상의 의미다. 작업 또한 소박하며 진실 되게 빛나고 있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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