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대선이 현실이 됐다. 본래 겨울에 예정되어있던 제 19대 대통령선거가 봄에 치러진다는 것은 비단 계절적인‘봄’의 의미 뿐 아니라‘민주주의 봄’으로 느껴진다.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탄핵소추하고 파면할 수밖에 없었던 일은, 우리 모두에게 참으로 기가 막히고 가슴 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죽했으면 이런 지경까지 왔겠는가.
 지난겨울, 광화문 광장을 직접 찾았을 때의 차가운 충격을 잊지 못한다. 눈발이 날리고 입김이 하얗게 들러붙는 추위 속에서 백만을 훌쩍 넘는 인파가 하나의 목소리로 대통령의 탄핵을 외쳤다. 머리가 하얗게 센 어르신, 아들과 함께 한 중년의 가장, 아기를 안은 젊은 엄마, 배낭 멘 대학생, 부모의 손을 꼭 잡은 어린 아이… 그들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표본을 옮긴 듯 다양했고, 또 진실했다. 그때 울컥 치밀어 올랐던 것은 울분이라기보다 감동이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봉사하며 서로를 격려했고, 자리를 양보하거나 간식을 나눴다. 앞에서 뒤로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서로를 남이 아니라 절친한 벗이나 가족으로 느끼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정과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은 우리 역사의 지울 수 없는 상처이고 뼈아픈 실수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만은 세계 어떤 국민보다 훌륭하고 위대했다. 그 진실함과 위대함이 이 봄의 기적을 일궜고, 새 희망의 터전을 마련한 셈이다.
 앞으로도 사회 곳곳의 적폐청산은 우리 시대의 큰 과제이지만, 이제는 싸우고 갈등하기보다 다가오는 대선을 기다리며 올바른 지도자를 세우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다.
 과연 어떤 대통령을 뽑아야 지금의 대한민국의 혼란을 봉합하고 새 미래의 포문을 열 수 있을 것인가.
 공자는, “정치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바르게 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명사상은,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에 합당한 행동을 할 때에 사회혼란을 극복하고 평화로운 대동(大同)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임금다운 임금, 대통령다운 대통령, 우리는 그런 지도자를 원한다. 그런 지도자는,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으며 올바른 길이 어떤 길인지 알고 있다.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배려하며 사랑할 줄 아는 사람만이 우리가 원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이 과연 누구인지 우리는 아직 모른다. 이것은 매우 풀기 어려운 퀴즈이며, 대한민국의 새 희망을 만들기 위한 마지막 퍼즐조각과 같다. 대선까지 남은 50여일의 시간이 우리에게 그 기회의 시간이 될 것이다.
 바라건대, 국민이 직접 만들어낸 이번 선거만큼은 더욱 공정하고 깨끗하게 치러지기를 바란다. 네거티브 공략으로 상대를 헐뜯거나 가짜뉴스로 여론을 호도하는 일은 대한민국 미래의 고통을 자초하는 일이다.
 대통령을 꿈꾸는 후보들은 치열한 토론과 공약 발굴로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며, 차기 대통령으로서의 기반을 쌓아가기를 부탁한다. 또 국민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꼼꼼히 새기고 분석하며 어느 후보의 비전이 자신의 신념에 가까운지 판단해야할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가능성의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아무쪼록 깊은 관심과 신중한 선택으로 대한민국의 신(新)민주주의와 새 미래를 열어가는 벚꽃대선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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