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시내에 사람이 살지 않고 비어있는 집이 천 채에 이른다. 시 당국이 도시 내 빈집 정비를 위한 기초조사로 밝혀진 실태인 만큼 실제는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 같다.
  빈집 대부분은 지은 지 오래돼 퇴락한 단독주택들로 모두 942채가 완산구의 노송동 중앙동 등에 581채, 덕진구의 진북동 인후동 등에 361채가 몰려 있다. 지난 시대 전주의 중심지대로 번창했던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는 빈집만이 몰려 있는 게 아니다. 상가 빌딩들도 공실(空室)들이 적지 않다. 한국감정원이 전북의 상가 건물 공실률이 19.8%로 전국 평균 10.7%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밝힌바 있다. 전주는 더 심각할 것으로 믿어진다.
  구시가지 상가가 비고 빈집이 늘어나 공동화로 치달은 것은 전적으로 전주시의 근시안적 외연확대 도시개발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인구가 정체돼 있는데도 외곽에 신시가지를 개발해 대규모 아파트는 물론 도청 등 공공기관을 대거 빼내 이전시킨 데 따른 것이다.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의 공동화는 인구 증가 절벽에 부딪친 전국 주요 중소도시의 공통적인 현상이긴 하나 전주의 경우, 빈집 수와 상가 건물 공실률서 보듯 그 정도가 심해 가장 심각한 게 아닐까 여겨진다.
  다행히 한국의 정서를 고스란히 보존해온 한옥마을이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떠오르면서 교동 전동 등 구시가지 일각에 활력이 되찾아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한옥마을 열기가 전주 구도심의 활력을 되찾아 주기에는 역부족이 아닐 수 없다.
  전주시는 그간 한옥마을을 제외한 구시가지의 공동화 진행을 사실상 방관하다시피 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도심의 흉물로 전락한 빈집을 주차장이나 반값 임대주택으로 바꾼다면서 기껏 한해 예산 2억4000만원으로 12채를 정비한다는 규모다. 빈집 천 채를 언제까지 방치할는지 모를 일이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사람이 모이고 돈이 돌아야 하는 게 기본이다. 전주시가 구시가지에 고층아파트나 상가빌딩 건축을 통제하고 쇼핑몰 등 첨단의 대형 유통시설의 입주를 거부하는 한 구시가지의 재생과 활력의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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