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농어민 삶의 질'에 정부가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정부는 농축산물 시장 개방에 따라 우리 농민이 농업만으로는 삶의 질을 향상·유지시켜 나가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2004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 촉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했다. 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5년마다 농어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평가하도록 했다.
나아가 정부는 2009년 농민들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세부 실천방안으로 '농어촌 서비스 기준'도 마련했다. 읍·면에 유치원과 초·중학교를 최소 1개씩 유지하고,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구급차가 30분 안에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영국뿐이었기에 농민을 위한 매우 획기적인 정책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정부는 물론, 각 지자체까지 농어촌 삶의 질 향상에 관심을 기울이는 듯 했다. 그런데 고령화된 전북지역 농촌에서는 여전히 노인 고독사와 자살 문제가 줄지 않고, 농어촌에서 먹고 살만한 일거리가 없어 귀농·귀촌 실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농촌에 보건의료는 커녕 초·중학교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제3차(2015~2019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의 2016년 시행계획 58개 과제를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어촌지역에 신규로 설치한 정신건강증진센터는 한 곳도 없었고, 농어민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한 사례도 없었다. 노인 우울증, 알콜 중독, 고독사, 자살 등 농촌이 갖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저 복지정책을 포장해 생색내기만 했을 뿐이다. 농경연 평가에서는 '경제활동 및 일자리' 관련 과제도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때문에 이 역시 책상에서 마련된 정책으로 읽혀진다.
더욱이 국무총리와 14개 관계부처 장관 등이 참여하는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개발위원회'는 2004년 이후 20차례만 회의를 진행했을 뿐인데, 이마저도 대면회의는 7차례에 불과했고, 2014년 8월 이후부터는 대면회의가 없었다고 한다. 농어업인 삶이 질 향상에 대한 의지도 사라진 듯하다. 새 정부는 이를 알고, 관련 정책의 철저한 이행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농민들 역시 도시민과 같은 혜택을 받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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