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스승의 날을 맞는 교정이 어쩌면 스산하고 삭막하기만 할 것 같다.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서 존경과 사랑이 메말라진지 오래인데다 올해는 제자들이 스승의 가슴에 카네이션 꽃 한 송이 달아주는 모습마저도 보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효된 세칭 김영란법에 스승의 날 사제 간에 주고받는 카네이션을 비롯한 어떤 선물도 저촉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특히 공직자들 사이에 뿌리 깊고 광범위하게 번져있는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를 막기 위해 제정한 법이다.
  우리 교정에 스승과 제자 사이의 존경과 사랑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은 오래된 일이다. 그래도 스승의 날만은 스승 존경과 제자 사랑의 표시로 꽃과 가벼운 선물을 주고받아왔으나 드디어 그마저 법으로 금지되고 만 것이다.
  우리 교육은 전통적으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적 교육철학이 지배해왔다. 서당이나 향교 등의 구시대 교육에서 뿐 아니라 지금의 학교 교육에서도 전통은 이어져 내려왔다. 
  그런 우리 교정에서 언제인가부터 학생인권 보호와 학습권 보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다른 한편에서 교권 추락과 교단의 타락을 개탄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사제 간의 존경과 사랑이 사라져가기 시작한 것 같다.
  우리 교정에서 존경과 사랑을 나누는 스승과 제자들은 찾아보기가 어려워지고 오직 넘쳐나는 게 지식을 주고받는 교원과 학생들뿐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때문에 스승과 제자 간의 꽃 한 송이 가벼운 선물마저 교원과 학생 간의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로 간주되는 삭막한 교정으로 추락되기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우리 교정에서 스승이나 교사라는 호칭부터가 어딘가 어색해지고 퇴색해진 게 아닌가 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말해주 듯 스스로도 노동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지식 공급자인 교원이고 수요자인 학생일 따름이다.
  우리 교정이 노동의 현장이다 보니 수요자인 학생에 의한 공급자인 교원의 교권 침해도 갈수록 늘고 있다. 2013년 이후 3년간 전국 초중고교서 일어난 폭언 폭설 등 교권침해가 1만3천29건에 이른다. 스승의 날이 무색하기가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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