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 기슭의 소국 부탄은 흥미로운 나라다. 인구 75만 명에 불과한 작은 불교왕국이다. 그럼에도 여러 면에서 독특한 면모를 갖고 있다. 고대 행동규범인 드리그램 남샤가 학교 정규교육과정에 포함될 정도로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다. 또 벌목과 도축, 낚시가 국법으로 금지돼 있고 국토의 70%를 산림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구절이 헌법 조항에 들어 있다. 전 국토가 금연인 것은 차라리 당연한 일이다.
  그보다 부탄이 유명세를 탄 것은 바로 국민총행복지수(NHI)라는 용어다. 이 나라의 국왕인 제4대 왕추크는 1970년대 중반 국가 발전의 척도로 흔히 쓰는 국민총생산(GDP) 대신 국민총행복을 정책 목표로 삼았다. 물질적 풍요 보다는 도덕성과 깨달음의 정도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래서 돈 주머니인 관광에서도 그 숫자를 제한하는 등 모든 정책이 국민 행복 증진에 초점을 맞췄다. 현재 부탄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00달러 수준에 그치지만 행복도 순위에서는 최상위권을 차지한 것도 이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답변한다고 하니 부탄이야말로 행복의 나라다.
  부탄이 적극 추진하는 국민행복 증진 정책을 보면 그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먼저 지속 가능한 경제발전이 우선이고 철저한 자연보호와 전통과 문화에 대한 자긍심, 좋은 국가 통치가 4대 골자다.
  이와 관련 C. 도지 전 국토기획부 장관은 “우리는 근대화를 무비판적으로 성급하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보다 앞서 개발을 추진한 사람들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의 능력과 요구 조건에 걸맞게 근대화 노선을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문화와 전통, 가치관과 관습을 보존하고자 한다”고 언급했다.
  24일부터 8주간 서울에서는 ‘부탄 행복아카데미’가 개설된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행복 명상 등 다양한 강의와 워크숍을 통해 부탄인들의 행복 기술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윌리엄 리 부탄문화원장은 부탄에서는 악기를 배우듯, 헬스장에서 근육을 키우듯 행복해지는 것을 하나의 기술처럼 습득할 수 있는 것으로 가르친다고 전했다.
  행복을 누리는 기술이라니 눈이 번쩍 뜨인다. 눈에 보이는 물질만 추구하다 지친 현대인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행복을 기술 연마를 통해 얻자는 접근이 신선하다. 인생에서 부유함이 전부는 아니라는 교훈을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니 그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경제력은 10위권이면서 자살률은 OECD 1위에 오를 만큼 행복에 목마른 게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그래서 꼭 배워야할 나라가 바로 부탄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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