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6월13일자 뉴욕타임스 신문에는 충격적인 내용의 기사가 실렸다. 미국이 베트남전 참전의 명분을 준 통킹만 사건이 사실은 미국 측의 조작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국방부의 1급 비밀문서를 인용한 것이었다.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 신문도 같은 내용을 기사를 게재했다. 미국의 조야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당시 닉슨 행정부는 즉각 두 신문사를 국가기밀누설혐의로 제소하고 게재 중지를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신문사의 편을 들었다. 연방법원의 휴고 블랙 판사는 “미국 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한 것은 정부의 비밀을 파헤쳐 국민에게 알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유명한 판결이다. 이후 미국에서 알권리는 거의 절대적인 기본권으로 돼 있다. 알권리는 국민 개개인이 정치 사회 현실 등에 관한 정보를 자유롭게 알 수 있는 권리 또는 이런 정보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통칭한다.
  원래 알권리라는 용어는 1945년 AP통신의 전무이사인 켄트 쿠퍼가 제창한 것이다. 그는 ‘알권리’라는 저서에서 “시민은 완전하고 정확하게 제시되는 뉴스를 접할 권리를 갖고 있다. 알권리에 대한 존중 없이 어느 한 국가나 또 세계적으로나 정치적 자유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서구사회에서 알권리가 강조되는 이유는 우선 매스미디어와 수용자 사이가 완전 분리되면서 표현의 자유는 미디어만의 권리로 전락할 우려 때문이다. 미디어는 게이트키퍼로서 정보를 독점하고 자의로 일부만 내보낼 수 있다. 또 하나 이유는 안보적 이유 등으로 알권리의 제한이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언론 자유 이념을 새롭게 회복하려는 움직임이 바로 알권리의 강조로 나타난 것이다.
  얼마 전 일어난 영국 맨체스터 테러의 보도를 놓고 미국 언론과 영국 정부 간의 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범인의 신상을 자세히 보도하고 또 수사상황을 공개하면서 영국 정부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향후 수사에도 차질이 있을뿐더러 대테러 안보와 피해자 인권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런 사태는 알권리를 둘러싸고 미국과 영국의 문화차이가 현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알권리가 다른 기본권과 마찬가지로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통설이다. 국가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이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어떤 정보든 시민이 자유롭게 접근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유효하다. 영국 정부의 반발은 일리가 있으나 시민의 입장에서는 미국 언론의 자세가 더 바람직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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