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이후 사라진 칠 접선이 되살아난다. 전북도 무형문화재 선자장 엄재수 신작전 ‘칠 접선과 합죽선 그리고 소통’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문화연구창 전주부채문화관(관장 이향미)이 부채문화주간을 맞아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여는 전시에서는 일제 강점기 후 찾아볼 수 없었던 칠 접선을 현대적으로 복원, 선보인다. 접선의 한 종류인 칠 접선은 속살이 한 겹으로 합죽선 같은 형태지만 속살에 옻칠 한 걸 가리킨다.

부채를 접히지 않는 ‘단선’과 접히는 ‘접선’과 분류하고 접선을 합죽선으로 통칭하는 경우가 많은데, 접선이란 용어를 쓴 데는 이유가 있다. 합죽선은 대나무 껍질만 남기고 얇게 깎아 두 겹을 붙여서 속살을 만들고 겉대를 치장하는 것으로 접부채 혹은 접선으로 부르는 게 맞다는 것.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반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보다 현대적이고 실용적인 칠 접선을 완성한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겨울에도 부채 손맛을 느끼고 싶다는 요구에 따라 손 노리개용 부채를 제작했으며 저마다의 취향을 감안해 다양한 색상의 옻칠을 시도했다. 겉대 치장 또한 대모, 우각, 어피, 반죽, 대껍질, 분죽을 다채롭게 사용했다.

엄재수 선자장은 “이번 전시는 장인과 사용자 간 적극적인 소통의 결과물이자 칠 접선의 현대적 해석을 통한 접부채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부터 부친인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고 엄주원 선생과 함께 합죽선을 제작했으며 2012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선자장으로 지정됐다. 유물과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일제 강점기 이전 부채들의 기법을 연구 및 재현하는데 힘쓰고 있다. 현재 전주한옥마을에서 미선공예사와 부채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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