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민 전주비전대학교 자동차학부 교수
최근 전라북도의 제조업에 있어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동안 전라북도 무역수지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던 조선업과 자동차·부품업은 모회사의 경영적 결단이나 수출 축소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따른 암초를 만나 힘겨워하고 있는 반면, 탄소소재나 식품산업, 농생명산업 등은 정부의 육성 정책과 맞물려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의 청년들은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인가? 어떤 산업이든 대부분 경영이나 기술적 환경변화에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기복이 생기기도 한다. 따라서 그동안 갈고 닦은 기술이나 진로를 급선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 필자가 몸담고 있는 자동차 특히 정비서비스업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자동차 서비스업은 자동차를 인간의 몸에 비유할 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진단과 치료나 수술을 하는 의료업과도 유사하다 할 수 있다. 의사와는 비교할 때 정비사는 대상만 다를 뿐이지 기능과 역할이 같은 셈이다. 요새 청년들은 자동차에 관심이 매우 높아 다양한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고 있는데, 이 중에서 자동차 정비서비스업에 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도 꽤 많이 있다. 무엇보다 부모가 이 계통에 있는 자녀일 경우에는 어릴 적부터 진로를 결정했거나 처음에는 다른 분야로 도전했다가도 결국 가업으로 물려받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 정비를 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국내 자동차 공업사보다는 외제차 서비스센터를 좀더 선호하는 편이다. 아무래도 자동차 공업사는 초봉이 낮은 편이고 근무 환경도 열악하기 때문에 외제차의 선진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매년 취업시즌이 되면 젊은이들은 자신의 진로에도 적합하고 연봉도 두둑히 챙겨주는 소위 좋은 직장을 찾기 위해 전쟁터를 방불할만큼 분주한 시간들을 보낸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직장생활은 어쩌면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비춰지는 주인공들이 겪게 되는 사건이나 에피소드에 국한된 환상을 꿈꿀 수도 있다. 물론 몇 해전 모 케이블방송에서 화제가 되었던 ‘미생’이라는 드라마 속 주인공과 같이 비정규직으로서의 애환과 갈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 느꼈겠지만 말이다.
올해 4월경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동경에서 나고야까지 신칸센과 지하철을 이용하여 이동하는 중에 신기한 광경을 목격했다. 검은 색 정장차림을 한 남녀 젊은이들이 눈에 띄일 만큼 많이 분주하게 오가는 것이다. 함께 출장 중이었던 일본에서 수학했던 동료 교수님의 말에 따르면 지금이 일본 취업시즌이라서 취업준비생들이 면접을 보기 위해 전통적인 면접복장을 갖춰입고 이동한다는 것이다. 눈부시게 발전한 도심과 전통적인 검은색 정장이 뒤섞인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는 묘한 느낌마저 들었다.
현재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구인난이라고 한다. 심지어 젊은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혈안이 되어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일본이 경제적인 호황상태라서 그런가? 그건 아니다. 그 이유는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부족한 젊은 인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앞다투어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우리나라 현실을 볼 때 참 부럽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젊은이가 부족한 나라! 퇴직 대상자가 넘쳐나는 나라가 바로 일본인 것이다. 일본 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들과 미팅을 하면서 일본 내에서도 인력이 부족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IT, 건축, 자동차정비 분야라는 것이다. 주로 야근이 많고 주말근무가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모두 일본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업으로 분류된다. 그렇다고 임금이 적거나 회사 구조나 환경이 낙후된 것도 아닌데 단지 근무조건이 타 분야에 비해 열악하다는 이유로 회피하고 있는 셈이다.
일본 내 제법 규모가 있는 수입자동차 관계자와 업무 협력차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담당자가 우리나라의 자동차 정비기술의 우수성과 한국 학생들의 손기술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으며, 한국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싶다는 뜻을 보였다. 마침 우리 대학에서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청해진대학사업을 준비하던 참에 우리 학생들의 해외 취업으로 연계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국제적으로 우리나라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지난 5월에 우리 대학은 일본 자동차·기계 메인터넌스 분야로 청해진대학사업에 선정되어 자동차 정비서비스에 진로를 선택한 학생들이 일본어 교육과 직무심화교육을 통해 일본으로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다.
이제 우리 젊은이들이 꿈을 펼쳐나갈 무대가 국내뿐 아닌 전 세계로, 문화, 예술을 넘어 기술을 통한 또다른 한류 열풍으로 활짝 꽃피우는 날도 멀지않았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