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지난 4월 서울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서울대에 입학한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253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 평가를 실시한 결과 신입생 10명 중 약 4명 정도가 100점 만점에 70점 미만인 ‘글쓰기 능력 부족’ 평가를 받았다. 평가대상자 중 25%는 서울대의 글쓰기 정규 과목을 수강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초?중?고를 거치면서 입시지옥에 제대로 된 토론이나 글쓰기 한번 못하고 대학을 들어가게 된다.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도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지 못해 시간을 낭비를 하다 취업 절벽이라는 현실에 부닥치게 된다. 최근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대학에 진학 하자마자 취업 공부에만 매달리고 있다.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교육시스템과 학교서열이나 시험성적만으로 인재를 채용하는 기업의 인재채용 방식이 문제다.
대학진학에 필요한 것은 등수가 나와 있거나 등급이 나와 있는 교과 성적과 동아리활동이나 경시대회 등과 같은 비교과 영역 활동 내용 그리고 수능 성적이다. 비교과 영역 활동을 열심히 하더라도 교과 성적이 낮거나 수능 성적이 낮으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해 원하는 대학을 진학할 수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고등학교에서는 교과 성적이나 수능 성적을 올리는데 방점을 두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인재가 창의성을 갖춘 인재라고 이야기 하고 있지만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현재의 교육시스템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길래내기란 요원한 일이다. 창의성 교육의 핵심은 자신의 정체성, 즉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창의적인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일등부터 꼴등까지 줄을 세우는 것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람들은 타인과 비교할 필요 없이 자기 자존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다.
글쓰기는 왜 중요한가? 하버드대학교에서는 1977년 이후 사회에 진출한 40대 졸업생 1600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는데, 90% 이상이 '글쓰기'라고 답변했다. 그 이유는 졸업생들이 사회 지도층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지도층이 된 뒤에도 꼭 필요한 것이 전문지식과 논리력, 표현력인데 ‘글쓰기 공부’가 이것을 키워주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다.
인재 육성을 위해서는 먼저 글쓰기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하버드대학교에서는 매년 신입생들에게 문?이과 전공에 관계없이 ‘논증적 글쓰기 강좌(Expos)’를 의무수강토록 하고 있다. 한 학기 동안 최소 글 3편을 쓰고, 교수와 학생이 적어도 세차례 1:1로 토론을 하여야 하며, 글을 쓸 때마다 초안과 고쳐 쓴 글을 함께 제출토록 한다. MIT 대학교에서는 전 학년에 걸쳐 ‘의사소통 집중교육(CI)’을 실시하고 있다. MIT 대학교는 과학 기술자도 업무의 35%가 글쓰기와 관련되어 있고 문장력이 부족하면 뛰어난 연구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은 의사소통을 주로 인터넷이나 휴대전화의 SNS을 통해 한다. 제대로 된 글을 접할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들을 글자에서 이탈하는 ‘활자이탈세대’ 또는 ‘문자이탈세대’라고 부른다. 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책읽기를 게을리 하면 뇌 발달이 지체되고, 충동적이고 우발적인 행동을 자주 하게 된다. 게임이나 휴대전화, 인터넷 등 영상물에 지나치게 집착하게 되면 정상적인 사고 훈련을 방해받는다.
일본의 경우에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환경에 처하게 되자, 2005년 ‘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하였다. 활자문화진흥법에서는 젊은 세대들의 활자문화이탈 현상은 다음 세대의 사고력과 창조력 저하는 물론, 인간성 쇠퇴까지 초래할 수 있어 국민들에게 독서문화 환경을 제공하고, 학교에서 읽고 쓰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라고 명시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고등학생들의 실력은 세계 최상위권이지만 대학생들의 실력을 평가해 보면 순위가 급락한다. 그 이유는 우리 학생들은 ‘정해진 답’을 찾는 것에는 강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는 것에는 약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글을 잘 써야 한다. 글을 써봐야 스스로 ‘질문’을 찾을 수 있고, 정해진 답이 아닌 ‘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소머스교수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짧은 글이라도 매일 써보아야 한다.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글을 써야 비로소 '생각'을 하게 된다. 글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동료 학생들끼리 서로 글을 읽고 첨삭해주는 '동료 평가(peer edit)'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읽기와 글쓰기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적합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과 기업들은 학생들이 책읽기와 글쓰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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