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어촌공사 전북지역본부장 김준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이로운 작용을 하는 것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농업용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먼저, 농업용수란 무엇을 말하는 걸까?

사전적 의미로는 농작물을 키우기 위해 사용되는 물로서, 농업경영의 합리적 사용을 위해 체계적으로 공급하는 물을 말한다. 주요 수원으로는 하천, 저수지, 지하수가 있는데, 여기에서 끌어온 물이더라도 토양·식물·물의 유기적 관계와 수량(水量)·수원(水源)·도수(導水)·배수(排水) 방법들을 살펴본 후에 농업용수로 사용하곤 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모든 식품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이용하는 물을 농업용수라고 한다. 벼를 키우기 위해 사용하는 물도, 소를 키울 때 사용하는 물도 모두 농업용수를 이용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농업용수는 작물의 생산성 향상 기능 외에도 대기 순화, 지하수 함양, 하천유지 용수 제공 및 생태계 보전 등 긍정적 가치를 갖고 있지만, 반대로 물을 많이 써서 생기는 환경오염과 같은 부정적인 가치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연간 이익(9조8,970억원)과 비용(7조7,610억원)으로 환산하면, 농업용수 공급으로 인한 이익이 비용보다 높아 농업용수를 공급해 주는 것이 부정적인 면을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농업용수의 가치, 왜 평가해야 하나?

미국이나 호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농업용수를 하나의 대표산업으로 평가하고 새롭게 물 시장을 창출하며 접근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부터 농업용수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어 자연물이라는 인식이 크다. 뿐만 아니라, 햇빛이나 물 같은 요소들에 대한 긍정적 효과도 계산할 수 없어 농업의 산업규모가 과소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영역을 확장하여 농업용수 시장을 확보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농업수리시설의 기능을 지속하고 농업용수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유지관리 차원에서 지속적인 예산지원이 필요하지만, 실질적으로 꾸준한 예산확보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농업용수가 갖고 있는 자본재에 대한 인식을 확보하고자 농업용수에 대한 객관적인 가치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국제회의에서 OECD는 농업용수를“농산물생산 공급을 통한 식량안보의 확보, 식품의 안전성 유지에 환경적인 측면과 농촌의 활력유지 등의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보존하고 유지해야 할 가치”라고 정의하면서, 한편으로 농업용수의 과다사용이 부정적 영향을 가져 온다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즉, 농업용수 이용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공정한 농산물 무역을 침해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농업용수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경제성 평가를 위해 외부효과를 포함한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져야만 한다.

농업용수의 공익적 기능에 감사하고 관리하자

농업용수의 외부효과는 환경적인 요소와 경제적인 요소로 분류할 수 있다. 경제적 외부효과는 생산성 향상, 지하수 함양, 하천유지 용수, 수질정화 및 수질오염 기능의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비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고, 환경적 외부효과로는 생물 다양성, 기후 순화, 온실가스 방출 및 흡수 기능의 생태계와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외부효과에 의한 농업용수 공급으로 가져올 수 있는 이익이 비용에 비해 많다고 가정하면, 논 농업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것은 생태계 등의 다양한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벼를 재배하는 논에 물을 공급해 주는 것이 공급하지 않는 것보다 부정적인 면을 상쇄하고도 남을 가치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는 농업용수가 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해 외면해 왔다. 농업용수의 경제적‧환경적 외부효과를 포함한 다원적 기능을 평가해보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체 하며 살아왔다.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농업용수의 단편적 경제논리에서 벗어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농어촌의 수자원으로서 생활‧환경 등을 포함한 다목적 용수로 개념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후배들에게 아름다운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 물 한 방울도 소중히 여기는 우리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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