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강국 백제를 구현한 무용 대서사극 ‘가온누리 ㅂㆍㄺ지’. 가치 있음에도 가려져 있던 지역소재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명한건 뜻깊지만 부족한 백제 몸짓과 주객이 전도된 구성, 추상적인 내용으로 백제를 느낄 수 없다는 분석이다.

지난 달 30일과 7월 1일 이틀에 걸쳐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 오른 전라북도립국악원 무용단 제26회 정기공연 ‘가온누리 ㅂㆍㄺ지’는 김수현 무용단장이 4년간 꾸준히 선보인 전북 소재 의 결정판이다.

매창, 궁중무용에 이어 마지막으로 택한 백제는 전북에 있어 특별한 의미를 가지나 무용의 흔적이 없다시피한데 무용단이 도전하고 실현했다는 점에서 호평 받는다.
오늘의 학자가 백제왕이 돼 소서노, 개양할미와 함께 동아시아 중심 백제로 향하며 금강 나루터부터 고분제, 칠지도 하사 축하연까지 잇따른다. 현재로 돌아온 학자가 새만금을 바라보며 미래의 실크로드를 꿈꾼다는 줄거리다. 

지금껏 시도하지 않은 방식과 규모란 점도 눈길을 끈다. 자료조사부터 대본, 연출, 안무까지 전 과정을 소화했을 뿐 아니라 협력안무를 둬 전과 다른 무용언어를 보여주려 했다. 이는 대공연장에서 70여명의 출연진이 형상화했다. 예산은 1억 6천만 원. 갈채를 받은 건 마지막 장면이다. 남성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중심으로 무대를 가득 메운 군무, 깃발 등 큼직한 소품, 신비로우면서 청량한 음악은 백제의 웅장함과 전북의 희망찬 앞날을 제대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다른 장면에서는 백제를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춤의 경우 백제 것과 군무가 빈약한 반면 교류국 것은 넘친다는 의견이다. 경중이 뒤바뀐 모양새다. 
복수의 무용인들은 “백제춤은 전해지지 않아서 ‘이러지 않았을까’라며 찾고 상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런 노력들이 보이지 않는다. 해당춤이 별로 없다. 200명이 설 수 있는 대형무대에서 소수 위주로 연출한 것도 의도했던 장중함을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그에 반해 대만, 중국 등 각국 사신들의 축하무는 20여분 이상 지속됐다. 공연시간이 75분임을 고려할 때 볼거리를 넘어서는 비중이지만, 주제를 벗어나는 사안인데다 기대 이하의 수준이라고 했다.
그들은 “앞부분이 힘이 없고 다른 나라 것들로 채워지다 보니 감동이 없고 지루하다. 초반 백제의 힘을 보여줬더라면 뒷부분 전북이 더 빛을 발했을 것”이라며 “백제춤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더 개발하고 보여줘야 한다. 해외 각국을 순서대로 소개하는 걸 넘어 소통을 보여주는 적극적인 안무가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내용은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정 시대, 사건, 인물을 다루지 않고 이야기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칠지도를 비롯한 상징물이 계속 나왔다. 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무리는 아니다.
복수의 무용 관계자는 “배나 그물, 칠지도가 곧 해상강국은 아니다. 그것들을 통해 해상강국을 떠올릴 수 있는 복선이 필요하다. 이번 작품은 짜임새와 안무가 전제되지 않아 상징물들이 주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거다”면서 “차라리 백제 최전성기인 근초고왕 때의 전쟁과 사랑, 삶을 좇고 유물들을 모티브(동기) 정도로 두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기 드문 대작을 들고 나와 반가웠다. 취지와 방향은 바람직하고 세부적인 것들은 손보면 되는 만큼 계속 활용하고 레퍼토리화했음 한다”고 덧붙였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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