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인구 절벽은 생산 가능인구 비율이 급속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소비 감퇴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경제활동은 크게 위축되고 심해지면 위기 국면으로 접어든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는 것을 필두로 연금이나 의료비 때문에 정부의 재정부담이 치솟는다. 전반적인 경기가 바닥을 헤매게 된다.

일본이 이 인구절벽 현상의 대표적 예다. 일본은 1990년대 들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유소년 인구가 마치 절벽처럼 푹 줄었다. 20년 동안 청년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고 그 후유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쿄 인근 신도시들은 청년들이 빠져나가 마치 유령도시처럼 변하고 말았다. 또 흔히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르는 장기적 불황 국면으로 빠져들었다. 거의 혼수 상태다.

이제 일본은 인구 1억 명을 위협받게 됐다. 앞으로 50년 후면 일본의 인구는 8천만 명 선으로 급감한다는 예측이다. 현재 인구는 1억 2709만 명. 일본은 이런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1억 명 총 활약 사회’라는 구호 아래 인구 1억 명 지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의 사정은 더 나쁘다. 인구 절벽을 이야기한 해리 덴트는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쯤이면 인구 절벽에 직면해 깊은 경제 불황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본을 약 20년 간격으로 뒤따라간다는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한국의 신생아 숫자를 보면 1970년대 한 해 100만 명 선에서 작년에는 40만 명 선을 겨우 지켜냈다. 이런 추세라면 노동력 부족과 소비감소 등으로 인한 저성장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관련 국내 시군 중 84곳이 저출산과 인구 유출 등 때문에 30년 후엔 주민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한국 고용정보원의 추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위기의 지자체들을 대상으로 인구 급감지역 통합지원 사업을 공모해 1차로 9곳을 최종 선정하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북 고창군 등 9곳은 앞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나름대로 인구 지키기에 나선다. 고창군의 경우 대도시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구축한 전원형 마을을 만들어 근로자들에게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사실상 2000년 이후 우리나라도 인구 절벽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심각한 것은 해결책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해리 덴트는 처방으로 이민을 촉진하고 출산 육아 장려책을 쓰라고 권고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다. 가까운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세우고 국가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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