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는 가벼운 식사가 차를 마실 수 있는 간편 레스토랑을 말한다. 원래 카페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커피를 뜻한다. 이것이 커피 파는 집으로 변했고 다시 음식도 곁들이는 레스토랑으로 바뀐 것이다. 카페가 시작된 서구에서는 카페가 단순히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곳을 떠나 사람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는 사교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했다.

카페하면 떠오르는 도시는 역시 프랑스 파리다. 파리는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수많은 예술인들이 활동하는 도시다. 그런데 그들이 주로 모이고 토론하고 교유하는 공간은 바로 카페다. 카페를 중심으로 문인이나 화가, 음악가들의 에피소드가 허다하다. 이탈리아 역시 카페 문화의 한 축이다. 베네치아의 카페인 플로리안은 예술인들의 단골로 유명하다. 괴테와 루소, 스탕달, 바이런 등이 이곳을 자주 드나들었다.

한국은 좀 달랐다. 일제 강점기 시작된 카페 문화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서양풍의 고급 커피숍이고 다른 하나는 술집이다. 후자 쪽이 대세였다. 그래서 1920-1930년대 카페하면 기본적으로 술을 파는 집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카페걸은 모두의 연인으로 인기를 끌었다.

1932년 오수산의 글 ‘별건곤’에는 카페걸의 애환이 잘 묘사돼 있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술을 부어야 한다. 먹이고 나도 먹어야 한다. 조그마한 손님의 말 한마디에 좋고 재미있다고 명랑하게 웃어야 한다. 목청이 되었건 말건 레코드에서 얻어들은 유행가를 불러야 한다”

해방 후 카페는 점점 서구식으로 변해갔다. 술을 마시는 환락의 장소라는 이미지는 서서히 옅어졌다. 그리고 음악과 대화, 커피향이 서린 낭만의 장소가 됐다.

최근 다음 소프트가 2011년부터 지난 7일까지 빅데이터로 우리나라 카페문화를 분석했다. 그랬더니 먹고 자고 공부하는 또 하나의 집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카페 언급을 살핀 결과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과 코피스족(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사람)을 거론하는 경우가 거의 다섯 배 늘었다. 여기서 내 집보다 편안하게 여유와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증좌다.

우리나라 카페문화는 점점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일본을 거쳐 들어올 때만해도 술집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서서히 찻집으로 다시 일상 문화공간으로 변해가는 양상이다. 최근에는 테마식 카페까지 등장해 다양성을 더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나라 카페도 품격 있는 문화 살롱으로서 거듭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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