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활복지 패러다임 구축해야

오피니언l승인2017.07.12l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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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종 가톨릭관동대 교수

우리나라는 유례없는 인구절벽, 성장절벽, 재정절벽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다. 그간 보수정권 기간 동안 부자감세 등 경제우선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경제발전을 통한 낙수효과는 커녕 ‘헬조선’이라는 용어가 사용될 만큼 국민 생활은 도탄에 빠져 있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상황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 위기를 극복하고 늘어나는 복지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현상대응식 복지 확대가 아닌 과감하고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복지패러다임 전환은 문재인 정부 임기내에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베이비 부머 세대가 노인인구로 편입되는 2020년부터 고령화의 효과가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복지는 낮은 사회보장지출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고령화로 사회보장 지출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GDP 대비 사회보장지출이 2011년 9.0%에서 2050년에는 26.6%로 추계되고 있다. 2050년 경제활동인구가 약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2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의 절반 이상을 복지비로 써야 하는 암담한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있는 것이다.

경제사회 구조의 변화도 우리나라 복지에 대한 수요를 크게 증가시킬 전망이다. 근로빈곤, 소득양극화, 저출산 문제 등은 우리 사회의 유지와 통합을 위해 한시도 방치할 수 없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복지는 약 50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구조와 경제사회 구조가 변화하는 대격변기를 맞이하여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독창적이고 담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복지개혁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부담계층과 수혜계층을 모두 만족시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비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설정하고 이해와 합의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로능력이 있는데 세금을 보조해 주는 방식은 광범위한 지지 획득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지 않다. 따라서 복지개혁의 큰 방향은 가급적 일을 통해 본인과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는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쉬운 애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포기해서는 안된다.

일을 통한 소득 창출을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분들이 최대한 오랜 기간 동안 근로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과제가 바로 건강노화(Healthy Ageing)이다. 몸이 건강해야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들의 건강노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질병 치료중심의 건강보험을 예방과 건강증진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술, 담배를 끊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분들을 위해 건강보험료를 인하해 준다던지 운동바우처를 제공하는 등의 과감한 인센티브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 의사가 환자에게 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물론, 건강한 분들의 건강을 돕는 활동에 대해서도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건강노화 관련된 앱을 개발하여 모든 국민들이 충분하고 올바른 정보에 입각하여 건강생활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미래 우리나라 복지재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이 의료비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대로 된 건강노화 정책은 한시라도 빨리 서둘러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우리나라 복지개혁은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는 기존 제도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각종 복지제도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고 이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겉으로는 복지를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기관이나 직원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프로그램은 과감히 없애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들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겠지만 취약계층의 자활을 지원하는 희망리본사업은 우리나라 사회정책 가운데 드문 성과중심사업이었다. 취약계층을 자활시키면 시킨 만큼 지원액이 결정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동 방식은 기존에 안정적으로 지원을 받는 민관기관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았고 급기야 박근혜 정부때 폐지되고 말았다. 애써 도입한 성과방식의 사업을 보조기관이나 공공기관으로 대체하는 자세로는 복지에 대한 납세자 신뢰 확보가 어렵다.

끝으로, 복지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DB 구축이 필요하다. 복지패러다임을 이전소득 중심에서 근로소득중심으로 바꾸려면 저소득취약계층의 소득과 자산의 흐름에 대한 데이터 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 성별, 계층별로 이전소득과 근로소득의 동향이 파악되어야 한다. 아울러 근로소득 창출을 저해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공유하고 지역사회의 구체적인 행동요령을 개발하여야 한다.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인력 증대방안은 당장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이 높지 않은 우리나라 재정에 부담을 안기는 결과가 우려된다. 어렵더라도 모든 국민이 가급적 일을 해서 소득을 창출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활복지로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서둘러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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