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체질개선 코어사업, 최소 10년 넘게 투자해야"

<'코어사업' 이끄는 이종민 전북대 교수> 인간에 대한 학문, 인문학 학교 밖에선 대성황이지만 취업 시달리는 학생들은 외면 이병재 기자l승인2017.07.16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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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이 2년째를 맞고 있다.
코어(CORE, initiative for COllege of humanities' Research and Education)사업이라 불리는 이 사업은 기존 백화점식의 획일적인 인문학과들을 대학별로 특성화하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인문학적 소양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시행된 것이다. 
코어사업 단장을 맡고 있는 이종민(인문대학 영어여문학과)교수로부터 인문학 부흥을 위한 대학의 노력을 들어봤다.

-인문학의 중요성
▲21세기 들어서 사실 예측불가능하게 세계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미래에, 5년 후에 우리의 삶의 형태가 어떻게 될지를 정확히 예측을 못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될까?’라는 고민이 생깁니다. 이런 시기에 공교육이 감당해야 될 부분이 뭘까? 아니면 미래의 삶을 책임질 젊은이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될까? 저는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많이 변해도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어떤 것. 우리 인간의 본성이나 인간의 욕망이나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변하지는 않겠죠. 그러니까 그런 것들에 대한 공부를 철저히 해두면 그 환경이 변하더라도 거기에 적응할 수 있는 힘들이 더 생길 것으로 믿습니다. 변화가 느리면 변화환경을 보고 내가 적응을 해도 되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나 급변하니까 내가 환경에 적응하는 교육을 하고나면 환경은 이미 또 그만큼 변해가 있어서 오히려 인문학이 지금이야말로 더 소중할 때입니다.
-대학에서의 인문학
▲젊은 학생들은 인문학의 중요성을 잘 몰라요. 플라톤을 읽고 논어를 읽어서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지를 모르는 것이지요. 그런데 학교 밖에서는 인문학이 대성황입니다. 반면에 학교에서는 인문학 강좌하면은 학생들이 더 안 들어요. 사회적으로 인문학은 지금 굉장히 융성해있는데 대학에서의 인문학은 오히려 위축돼 있는 거죠. 학생들만의 책임은 아닙니다. 취업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취업에 도움이 안 되는 일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간에 그 젊은 세대들의 취업률이 계속 하락했습니다. 국가가 신자유주의를 내세우고 기업 구조조정 등이 쉬워지는 등 안정적인 일자리가 위협받으면서 국민의 삶의 질들이 악화 됐습니다. 이 때문에 소위 좋은 직장이 줄어들고 부모나 학생들이 초조해진 거죠. 그러다보니 어떻게든 당장 필요한 것들만을 취하게 되는거에요. 미래를 보고 공부를 하는 게 어려운 현실입니다. 영어도 금방 써먹을 수 있는 토익, 토플 이런 것 중심입니다. 사실 읽고 쓰는 것이 훨씬 더 근원적인 건데 지금은 주로 대화 이런 것만 강조합니다. 그런데 실제 중요한 콘텐츠는 책에 있습니다. 중요한 정보의 대부분은 말로 전달되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책을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는 능력이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해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코어사업이란
▲인문학이 전체적으로 위축이 됐고 국가정책에서는 이런 인문학도들의 경쟁력을 좀 강화시켜야 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개발된 게 코어사업입니다. ‘인문학이 왜 중요한가’의 그런 차원에서 논의되기 보다는 ‘경쟁력’에 방점이 찍혀있는 정책입니다. 코어는 기왕에 갖고 있는 인문학의 ‘고답적’인 요소를 뛰어넘어보자는 시도입니다. 인문학이라는 게 인간에 대한 학문입니다. 인간에 대한 학문이면 역사도 해야 되고, 철학도 해야 되고, 심리학도 해야 되고, 정치학도 해야 됩니다. 전공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인문학을 하는데 대학교육은 다 과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인문학에 대한 정의도 굉장히 편협하고 인문학자들 스스로가 자기 전공에 갇혀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인문 전공자들이 자기 전공을 뛰어넘을 수 있는 자기혁신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이런 생각을 기초로 정부에 코어 사업을 제안했습니다. 처음 정부에서는 믿지 못했습니다. 인문학에 투자해봤자 무슨 변화가 있겠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기획재정부에서는 인문대에 돈 써봐야 안 된다는 부정적 입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노력으로 기재부 예산 300억 원을 확보했고 당시 전국인문대학장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안민석 의원 등을 통해 예산을 600억 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전국적으로 19개 사업단이 출범했고 대학별로 1년에 20억 원 이상을 3년간 지원받게 됐습니다. 전북대는 1년에 30억원씩 3년간 90억원을 받습니다. 전국 국립대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배정받았습니다.
-전북대 코어사업
▲인문학 확장을 크게 3가지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기존 인문학을 심화시키는 ‘기초학문 심화’입니다. 또 하나는 인문학하고 다른 학문의 영역을 융합하는 ‘인문기반융합전공’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글로벌지역학’입니다. 외국문학은 사실 인문학 중에서 굉장히 편협하고 확장성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어문학으로 한정하지 않고 지역학으로 확대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독문학과는 독일학과로 바꾸어 ‘독일-EU’로 엮었습니다. 독일만 가지고는 너무 작아 취업전선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독일을 중심으로 하되 유럽 전체를 커버하는 지역학을 연구하겠다는 것입니다. 인문학의 개념을 확장시키는 거죠. 프랑스학과같은 경우는 ‘프랑스-아프리카’를 묶었습니다. 프랑스는 아프리카에 많은 식민지를 갖고 있어서 관계가 중요하고 특히 아프리카가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도 반영했습니다. 그리고 스페인학과도 ‘스페인-중남미’ 지역학으로 확장시켰고 일본도 일본과 동아시아를 아우르는 지역학으로 확대를 시켰습니다.

-2년차 코어사업 성과
▲낡은 강의실과 컴퓨터 등을 등 현대화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매달 장학금을 지급합니다. 등록금 걱정없이 대학원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특히 학생들이 비용 부담 없이 해외에서 유수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줬습니다. 해외대학에 가서 일정한 기간 동안 수련을 받으면서 학점 받아오는 ‘오프캠퍼스’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일정 비율의 비용을 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데 인문대의 경우는 코어사업단 예산으로 전액 지원해 줍니다. 지난해부터 1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비용지원을 받아 ‘오프캠퍼스’에 참가했습니다. 인문대학 안에 있는 여러 연구소에 자금을 지원해, 관련 연구에 도움을 주기도 하고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인문학 동아리에 활동비도 지원해줍니다. 지난해 11월에 열렸던 ‘한국학 비엔날레’도 전주시와 코어사업이 만들어낸 작품이었습니다. 한국학은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매우 중요한 인문학입니다. 우리나라가 문재인 대통령 당선 이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한국학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내년에 두 번째 한국학비엔날레 개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코어사업, 어떻게 진화해야 하나
▲1차적으로는 정부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겠죠. 한 해 예산이 줄더라도 좀 더 장기적으로 진행된다면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짧은 기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은 인문학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인문학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는 최소 10년 넘게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됩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교수님들의 의식변화가 학생들의 의식변화를 이끕니다. 경계를 넘고 다른 학문의 영역에도 관심을 보여야 됩니다. 교수님들의 의식변화가 전제가 되지 않으면 코어사업은 자칫하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들은 코어사업을 통해서 인문학 전반의 파이를 키우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저는 평소 인문학의 위기는 인문학자들이 자초한 부분이 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지역에서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 하는데 인문대 교수들은 한명도 참석하지 않으면서 ‘인문학의 위기’만 얘기하는 겁니다.  학술대회에 와서 얘기 하고 지역의 역사도 알고 그 혁명이 세계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게 문학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가? 등을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걸 하겠다고 해서 코어사업 예산을 받아왔는데 그걸 안하고 그냥 돈만 쓰겠다고 하니까 그게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지속적인 예산지원과 의식변화 여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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