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숙 전라북도 경제산업국장

얼마 전 우리 도에서 주최한 ‘경제민주화 정책 발굴 및 개선사항 도민제안공모’에 대한 시상식을 가졌다. 사전심사와 본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된 우수제안 6건의 제안자에게 시상금과 상장을 수여하는 자리였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인 이번 공모에는 작년보다 많은 다양한 계층과 연령층의 도민들이 참여했다. 홍보에 좀 더 신경을 쓴 점도 있지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바람이 높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개념과 역사적 함의를 갖고 있다. 1920년대 독일에서 등장한 초기 개념은 노동자의 산업과 정치에 대한 참여 확대 등 노동운동의 연속선상에서 주창되었다. 그 후 신자유주의의 전지구적 확산에 따라 그 문제점과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산물인 개헌의 결과, 소위 경제민주화 조항인 제119조 제2항이 마련되었다. 경제력 집중과 왜곡된 소득 분배의 폐해 방지를 위해 국가의 규제와 조정을 규정한 이 조항은 시장경제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1항과 균형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경제민주주의’를 언급하며 소득 불평등 해소와 일자리 문제 해결을 핵심목표로 제시했다. 덧붙여서 정부는 경제민주주의는 경제민주화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특히 방법론에서 일방적 개혁이 아닌 재계와 노동계를 아우르는 사회적 대타협을 지향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달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인 소득 주도 성장과 공정 경제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장하성 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일련의 그의 저서에서 수많은 통계를 인용하며 기업과 가계 간 분배구조 악화, 고용격차와 임금격차를 확대하는 배제적 성장 등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해 일관되게 문제제기를 해왔다. 경제성장의 결실이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불평등 심화와 함께 고용 없는 성장을 해 온 한국경제를 경제민주화에 역행하는 정의롭지 못한 경제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책을 근거로 생각해 보았을 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현 상황이 우리사회의 신뢰와 통합,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 노멀과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이러한 문제의 해결 노력 없이 한국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민주화 실현 과정에서, 관련 법령 제·개정과 제도 개선 등 강력한 입법 권한을 가진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크지만 지자체도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실효성 있는 규제와 조정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효율적인 역할분담과 협업이 중요하다. 예컨대 공정거래위원회의 프랜차이즈 불공정행위 감독 행정처럼 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을 들 수 있다. 중앙정부가 소홀히 할 수 있는 지역 밀착형 정책 또한 지자체에서 추진이 가능하다. 우리 도를 비롯한 몇몇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생활임금제의 사례처럼 다양한 정책적 실험들이 진행 중에 있다.

근본적으로 경제민주화를 통해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먹이사슬식 갑질문화가 하루빨리 타파되기를 기대해 본다.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를 넘어 갑질로 대변되는 권위주의적인 사회적 관계의 혁신이야 말로 촛불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리라.

민주화는 말 그대로 완성이 아니라 과정의 의미가 더 크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할 주체를 만들어내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경제의 근간이자 지역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풀뿌리 경제주체들이 경제민주화의 당당한 주체로서 거듭나길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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