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를 느끼지 못해요.”

18일 완주 고산면 전통문화체험장에서 만난 다국적 셰익스피어 극단 ‘인터내셔널 액터스 앙상블(International Actors Ensemble)’은 언어와 문화의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을 묻자 이 같이 답했다.

불가능해 보이던 다국적 극단을 현실화하고 하나가 된 그들은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지난 14일부터 9월 20일까지 40여 일간 전북 완주에 머물며 한국의 정서와 예술이 밴 결과물을 완성하고 완주 청소년들과 새로운 방식의 워크숍을 갖는다.

“2년에 한 번씩 20명을 대상으로 하는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 배우 연수과정 ‘인터내셔널 액터스 펠로우십(International Actors Fellowship)’이 있는데 우린 2015년에 참여했어요. 헤어질 때 펑펑 울 정도로 단합이 잘 돼서 따로 팀을 결성했습니다. 펠로우십 최초예요.” 진(Jean Sergent‧뉴질랜드)

2015년 결성된 ‘인터내셔널 액터스 앙상블’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서로 다른 언어와 몸짓, 음악으로 구현하는 단체로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언어 자체보다 소리와 퍼포먼스에 무게를 싣는다. 공연지의 상황과 특성을 반영키도 한다. 이번에는 한국, 미국, 멕시코, 브라질, 이탈리아, 뉴질랜드, 호주 7개국 11명의 배우들이 참여한다.

“2016년 창단공연을 가진 멕시코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극 <실수연발>을 올렸습니다. 급하게 제작했지만 누가 어떤 역할에 맞을지 알고 있었고 투표를 통해 결정했기 때문에 무리가 없었죠. 6개 도시를 순회하며 도시 혹은 관객에 따라 유동성 있게 바꾸고 다듬었어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관계입니다.” 레나타(Renata Wimer‧멕시코)

뜨거운 반응에 이어 찾은 두 번째 나라는 한국, 작품을 완성할 지역은 완주다. 2017 평창문화올림픽 아트그룹으로 선정돼 전주와 고양, 서울에서 공연을 갖는 가운데 전주와 가까운 완주에 거주하게 됐다. 소속배우인 조성우 씨의 영향도 적지 않다.

“외가가 있는 전주에서 태어나서 서울에서 자랐어요. 우리가 완주에 온 이후로 비가 계속 왔지만 다들 아름다운 곳이라 하더군요. 멕시코 배우들은 며칠 일찍 와서 고창 선운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조성우 씨가 연출을 맡아 새로이 선보일 작업은 셰익스피어 소리극 ‘헤이 논 노니!(Hey no nonny!’다.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에 등장하는 의성어를 제목 삼아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거리를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평소처럼 6개 언어 고유의 독백과 노래, 시를 고스란히 녹여내며 지역특색인 한국의 전통음악을 더한다.

그는 “극중 다양한 말을 쓰지만 의미에 집중할 필요는 없다. 다른 걸 즐기면 된다. 배우 몇몇은 한국어를 배워서 활용할 예정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야외에서 더 빛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실외에서 상연한다”면서 “다양한 예술적 요소를 통해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쉽게, 재밌게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앙상블이 청소년들과 함께할 ‘완주 글로벌 셰익스피어 드라마스쿨’은 전북문화관광재단과 완주문화재단이 공동운영하는 ‘2017 광역-기초재단 간 협력 프로젝트:문화예술교육 콘텐츠개발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배우들과 학생들은 26일부터 9월 17일까지 5주 간 로미오와 줄리엣을 주제로 연출, 연기, 움직임, 노래, 인형극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다. 특히 배우 11명은 완주 중학생 12명을 1 대 1로 밀착 멘토링해 가르친다는 개념을 넘어 예술로 함께 호흡할 예정이다.

앙상블은 “강사 경험이 있는 친구들도 있지만 단체로서는 처음 하는 작업이라 흥미롭다. 우리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배우로서의 기질 즉 상상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도구 없이 그것을 끌어내주기만 하면 된다”면서 “한국의 경우 어릴 때부터 빡빡한 교육을 받는다고 들었다. 아이들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이해할 뿐 아니라 누군가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우리의 목표는 가능한 많은 나라에 가서 극을 만드는 거예요. 배우들의 나라부터 시작해서 런던 글로브 극장으로 돌아갈 겁니다. 따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상황이 허락되는 한 계속 활동할 생각입니다.”(앙상블)

완주 청소년들의 발표회와 앙상블의 소리극 시연은 9월 17일 이뤄진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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