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주의의 뿌리는 깊다. 멀리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도 인종주의 색채를 찾아볼 수 있다. 근대적 형태의 인종주의는 고비노의 ‘인종 불평등론’이라는 책에서 비롯된다. 그는 이 책에서 “세계문명의 발전은 백색 인종이 창조한 것이며, 열등 인종과의 혼혈에 따른 인종적 퇴폐로 문명은 몰락한다”고 주장했다. 인종주의자들은 이처럼 인종을 저가치 인종과 고가치 인종으로 서열화한다. 생물학적 특징에 따라 민족 사이의 불평등한 억압을 합리화 하는 게 인종주의다.

인종주의는 식민주의와 동전 앞뒷면 같은 관계다. 유럽인들은 백인 문명을 전파해 미개한 비백인 식민지인들을 문명화 시킨다는 명분 아래 폭력적인 식민지 개척에 나섰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저발전국들은 이런 서구 열강들의 침탈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이들 열강들은 물질적으로 착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주민들의 마음과 정신까지도 식민화 했다.

그밖에도 인종주의의 예는 많다.

우선 독일 나치가 대표적 예다. 히틀러는 체임벌린 등 인종주의자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대인에 대한 악랄한 탄압에 앞장섰다. 나치당의 유대인 박해는 결국 수백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하는 홀로코스트로 이어졌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도 전형적인 인종주의가 낳은 정책이다. 소수 백인이 85%에 이르는 흑인들을 억압하고 지배한 것은 백색 인종의 우월주의에 기반을 두었다. 그 외에도 미국 노예제도 인종주의가 초래한 비극이다. 1863년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을 선언할 때까지 흑인들은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아야 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종주의적 발언 때문에 공격받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발생한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에 대해 사건을 저지른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정 재계 유력인사들이 앞 다퉈 트럼프를 비판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는 성명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독립선언서 구절을 인용하며 트럼프를 비판했다. 또 마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도 “좋은 신 나치주의자란 없다”며 트럼프의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인종의 유전적 소질과 정신적 능력 사이에는 직접적인 필연적인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이 이미 입증한 사실이다. 인종주의는 그만큼 비과학적이며 비이성적인 태도다. 그럼에도 끈질기게 인종주의가 힘을 발휘한다. 트럼프 역시 백인 우월주의에 깊이 젖어든 대표적 인물이다. 외국인 근로자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자세에도 역시 인종주의가 깃들어 있지 않나 반성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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