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마을 곳곳에 라틴어가 흘러넘칠 정도로 우리는 전적으로 라틴어만 썼는데, 이들 마을에는 라틴어에서 어원을 취한 몇몇 장인과 연장의 이름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수상록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문인 몽테뉴의 수필 한 대목이다. 몽테뉴는 어릴 적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몽테뉴를 교양인으로 키우기 위해 여섯 살 때까지 프랑스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교양계층 언어인 라틴어를 배우게 했다. 또 라틴어에 능통한 독일인 가정교사를 들였고 주변 사람 누구든 몽테뉴를 대할 때는 라틴어만 쓰도록 했다.
  이것이 근대 유럽 지식인 사회의 한 단면이다. 라틴어는 한 마디로 고대 로마인들의 언어다. 라틴이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이탈리아 반도 테베레 강 하류 라티움 지방의 방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라티움의 주민인 라티니족의 언어라는 뜻이다. 라틴어의 역사는 따라서 기원전 5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지중해 세계의 공용어가 된 시기는 대략 기원전 1세기 정도로 잡는다. 
  물론 라틴어는 로마제국이 멸망하면서 공식적인 언어의 자리를 잃었다. 일상에서 사용되지 않은 것이 1500년이나 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라틴어의 운명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우선 가톨릭 교회에서 라틴어는 공용어 역할을 오랫동안 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교회에서 라틴어는 일반적인 언어였다. 공식 문서는 물론이고 의식을 진행할 때 등 여러 방면에서 라틴어가 쓰였다. 학술어로서도 명맥은 이어졌다. 중세에서 근대에 이르는 시기 지식인 계층의 언어는 라틴어였다. 15세기 후반만 해도 라틴어 문헌이 유럽 각국의 모국어 문헌 보다 많았다. 지금도 번듯한 학술어에는 라틴어가 허다하다.
  서울 강남 학원가를 중심으로 라틴어 배우기가 유행이라고 한다. 주로 미국 대학 입시에 라틴어가 도움이 된다는 소식에 배우겠다는 학생들이 늘어난 때문이다. 서울 강남 한 영어학원의 경우 30명 정원의 강좌가 금방 마감됐다고 한다. 강남에서만 강좌를 연 학원이 10여 곳을 넘는다는 보도다. 또 온라인에서 스터디 그룹이나 소모임을 구성해 라틴어 학습을 하는 경우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라틴어는 앞서 보았듯 유럽 각국어의 모체다. 또 학술용어나 신학 등에서 라틴어의 역할은 상상 외로 크다. 다시 말해 라틴어는 지식의 원천 구실을 한다고 보아 무방하다. 우리나라에서 별로 쓸모없고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라틴어 배우기가 붐을 이루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만 해외 유명대학을 가기 위해서라는 목적 자체가 별로 탐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