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용 한국무역협회 전북기업협의회 회장

  세계경제를 강타했던 2008년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한지 만 9년의 시간이 흘렀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적인 경제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인 미국과 EU는 유례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선진경제권 중에서 미국경제만이 견조한 경제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16년 5월 EU의 중심국인 영국의 EU 탈퇴 결정으로 세계경제는 다시 한 번 출렁거렸다.

  소련 붕괴 이후 유일무이한 세계 최강국으로 부상한 미국에서는 미국 우선주의, 미국 제일주의를 부르짖으며 당선 가능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되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당초 가장 먼저 대통령 후보자 경선에서 탈락할 것이라던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미국 서민층들이 느끼는 좌절감과 분노에 기인한 것이다. 그 동안 미국정부가 주도한 자유무역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이 자신의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한 서민층들의 압도적인 지지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인 것이다.

  트럼프 집권의 지난 6개월은 미국과 세계경제에도 커다란 혼란과 혼돈의 시기였다. 자유무역을 제한하겠다며 결정한 미국의 TPP 탈퇴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자유무역협정 폐기 혹은 재협상 요구는 세계자유무역의 근본 틀을 흔들고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으로 당사자인 우리나라에도 엄청난 불확실성과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자유무역 제한에 대한 요구는 자유무역이 이제 더 이상 선진국들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자유무역은 지금까지 항상 강대국들의 논리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선진국들이 자유무역의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해졌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보수우익의 자유무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근저에는 1990-2015년 기간 동안 자유무역으로 가장 성공한 국가가 중국이며 가장 손해를 본 국가가 미국과 EU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은 2010년부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2013년부터는 세계 1위의 무역대국이 되었다.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중국이 더 이상의 고도성장을 지속해서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국가로 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인식이 트럼프와 미국 정책당국자들의 생각인 것이다. 앞으로도 미국과 중국의 경쟁과 대결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그러한 경쟁의 무대가 한반도와 동아시아라는 점이 우리에게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국내적으로 보면 지난 6개월의 짧은 시간에 엄청난 정치 드라마를 연출하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적 정치역량과 국민의 수준을 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그러나 신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소득주도 성장“과 ’일자리 중심 경제‘ 추진을 통해 ’사람 중심 경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긴요한 국정운영과 입법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중요한 상황에서 현재와 같은 여야간 대결 일변도의 정치에 돌파구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국내외적인 난제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연이은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그야말로 대격변과 혼돈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일시에 우리를 휘몰아치고 있다. 과연 우리의 선택과 결정은 어떠해야 하는가?

  사드 배치로 촉발된 미-중간 갈등 격화와 이로 인한 우리와 중국과의 정치-경제적 갈등 해결책이 요원한 가운데 북한 핵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둘러싸고 또다시 한미일과 중-러를 중심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고착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큰 문제는, 우리나라가 처한 지정학적 요인으로 해서 이번과 같이 미국과 중국 사이의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은 언제든지 일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산업의 대전환 추세가 진행되면서 앞으로 10년내 세계경제는 ’일자리 전쟁‘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자본과 노동시장 상황에서 구조조정과 자원 재배치는 어려워 보이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에 대비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세계 3대 군사대국과 3대 경제대국에 둘러 싸여 있는 우리나라는 이른바 ’ 강대국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 갈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하다. 중국은 한반도를 ’핵심 이익‘ 지역으로 간주해서 앞으로도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이고 공세적으로 나올 것이다. 중국의 고도성장으로 인한 반사효과를 톡톡히 본 우리경제에 있어서 최근 중국의 수출과 투자 위주에서 소비와 서비스업 중심의 성장구조 전환 추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 중요하다.

  미국은 제2차 대전 종전 이후 70년간 세계를 지배해왔으나 이제는 유일한 슈퍼 파워로서의 위상과 지위가 한계에 봉착했다. 단기적으로는 안보적으로 미국에 의존할 수 밖에 없으나 중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기술혁신 부문에서 많은 강점을 보유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기업이 미국과 대등한 역량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좋은 예이다. 다만 미국의 혁신역량과 중국의 거대시장 상업화 역량 사이에서 어떻게 경쟁하고 생존할 것인가가 화두이다.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대한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만 한다. 전후 잿더미 속에서 세계 6위의 수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매우 불확실한 소위 VUCA(Volatile(폭발적), Uncertain(불확실), Complex(복잡), Ambiguous(모호한))시대 일수록 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민 개개인들의 유연성과 창의성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기본으로 돌아가서 기본에 충실해야 할 때이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