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시가 기증작가의 이름을 따 건립하고 있는 ‘시립 김병종미술관’의 명칭문제가 시의회에서 거론됐다.

남원시의회 한명숙 의원은 27일 열린 제21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에 나서 ‘시립 김병종미술관’의 명칭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에 따르면 ‘시립미술관’은 자치단체의 대표적인 공공건축물로, 지역의 문화특성을 반영하고 전시라는 문화 소통방식으로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린 이래 서울, 부산, 대전, 포항, 대구, 제주 등지에서 시립미술관이 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또한 시립미술관이 없는 지자체도 지역민의 문화적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설립 및 개관을 계속 논의하고 있는 추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작가 개인의 이름을 붙인 공공미술관들이 여기저기서 논란이 되고 있다.

대구에서 몇 년간 논란 끝에 결국 무산된 ‘이우환과 그 친구들 미술관’도 그렇지만, ‘안동시립 하종현미술관’은 지역작가들 뿐 아니라 미술계에도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경주시의 ‘박대성미술관’은 경주시민의 강력한 반대로 결국 ‘솔거미술관’이라는 대안이 제시된 상태이고, 남원에서도 ‘시립 김병종미술관’의 명칭 논란이 진행 중이다.

시립 미술관은 한 나라, 그리고 그 지역의 역사에 남은 작품들을 소장, 전시, 교육하는 곳이며, 나아가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이슈를 생산하고 제시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곳이다.

생존 작가 미술관은 국민의 세금으로 한 개인의 기념관을 지어주는 일과 같고, 건립 후에도 계속 적지 않은 운영비를 지자체에서 떠안게 된다.

재정자립도가 10%도 안 되는 지역에서 예산 신세를 지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고, 설사 지자체에서 먼저 러브콜을 했다 하더라도 시민공청회도 없이 진행된 것이라 더 염치없는 꼴이다.

남원시는 김병종이라는 브랜드를 이용해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이 작가의 브랜드를 통해 관광객 유입 등 문화관광의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개인의 작품 기증에 따라 공립 미술관이 건립되는 첫 사례인데다, 공론화 과정이 생략된 채 작가 이름을 건 미술관으로 탄생되는 것이라 비난이 상당하다.

지역에 미술관을 건립하고자 하면 시민과 지역작가들로 구성된 건립 추진위원회가 만들어져 제반 사항에 대한 논의절차가 이뤄지는 것이 맞다.

공공성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특정인의 유명세와 이력만 부각시키기에 급급한 행정과 다른 지역에 김병종 교수의 작품을 빼앗길 것을 우려해 쫓기듯이 협약을 체결하고, 개인작가의 이름을 넣어서 가칭이라는 말로 업무보고를 하다가 조례를 통과시킨 남원시의 행정 절차는 납득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전북의 미술협회 지부장들이 남원의 시립미술관에 이름을 넣는 건 부당한 일이라고 입을 모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막상 미술관이 건립되면 작품 수량도 큰 문제다. 작가미술관의 경우 1000점을 소장하고도 매년 기획전 작품을 선별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기증받은 400점으로는 불과 3~4년도 못가서 한계가 드러나고 말 것이며, 몇 년도 못갈 수준의 콘텐츠로는 시작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본다.

열악한 남원미술의 현실에서 공공미술관은 지역작가들의 마음이 머무는 집이자 그릇과 같다. 일생을 빛도 없이 지역의 문화예술에 기여한 많은 선배작가들도 미술관 건립에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미술관에 관심 있는 시민들과 지역작가들의 의견수렴을 통해 미술관의 명칭을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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