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0일에 해당하는 추석 연휴 동안 332만대가 넘는 차량이 전주를 다녀가는 등 귀성객 및 관광객이 몰린 가운데 도로를 점령하다시피 걸린 집회 현수막은 이들로부터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정치인들이 명절을 맞아 인사차 내건 이른바 ‘정치 현수막’도 무분별하게 난립해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추석 연휴 하루 뒤인 10일 전북도청과 전주시청 인근에는 ‘고용승계’를 비롯한 각종 집회 현수막이 도로변 가로수와 광장에 내걸렸다. 비단 현수막을 게첩 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도에 천막을 세워 장기간 농성을 이어가는 천막 농성장도 도청과 시청에 꾸려졌다. 상황은 한옥마을 인근 풍남문 광장 역시 마찬가지다.

시민들은 대체로 집회의 자유에 대해 인정하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무분별한 집회 행태에 대해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도로에 현수막 밖에 안 보인다”면서 도시 이미지를 실추하고 보행자와 차량 통행에 불편을 야기, 가로환경 정비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김모(49·평화동)씨는 “시청은 물론 도시를 점령하다시피 내걸린 집회 현수막을 제거할 때가 됐다”며 “명절 동안 전주를 찾은 외지인들에게 어떻게 보였을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은 현수막은 비단 집회 현수막에 그치지 않았다. 지역 정치인들이 추석 연휴 내건 정치 현수막도 시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플래카드 등 현수막 홍보물은 관할 지자체에 신고 등 절차를 거쳐 지정된 개시대에만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확인 결과 지정 게시대 외 효자동 효자로와 평화동 꽃밭정이 사거리, 금암동 백제대로 등 주요 대로변 가로수와 교량에는 지역 정치인들이 내건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와 같은 현수막이 여전했다.

황모(36·효자동)씨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절 인사를 이용한 이름 알리기에 경쟁이 붙은 모양새나 다름없다”며 “추석 명절을 이용해 거리 곳곳을 선거판으로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일부 상인들은 “애꿎은 상인들의 현수막에만 철거와 같은 엄중한 잣대를 적용한다”며 엇갈린 행정에 대해서도 볼멘소리를 제기했다.

권모(42·중화산동)씨는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면 공무원들이 득달같이 달려와 철거할뿐더러 과태료를 부과하는 반면, 정치인이나 행정기관, 시민사회단체 등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며 “누구를 위한 기준이며 법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전주시 관계자는 “집회 현수막의 경우 철거에 어려움이 많다. 옥외광고물등관리법과 노동법 두 법리가 해석상 다툼이 있어 난감한 상황이다”며 “다만 정치 현수막의 경우 각 정당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계획을 수립해 이행하겠다”고 말했다./권순재기자·aonglh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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