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과도한 비용으로 고위관료 출신 비상임이사를 선임한 이유는 전문가 의견을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닌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철민 의원은 20일 농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지난 2013년 이후 농협중앙회가 선임한 비상임이사 54명 가운데 9명은 법무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금융감독원장, 국무총리실장, 농촌진흥청장, 농림수산식품부 제1차관 등 전직 고위관료 출신들로, 이들에게 월 활동수당으로 400만원과 심의수당으로 회당 50만원 등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급하는 등 과도한 혜택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철민 의원이 농협중앙회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이후 농협은 비상임이사 상당수를 지역농협이나 농민관련 단체나 학자, 소비자 단체를 선임했으나, 정부 핵심 부처나 기관 장차관, 위원장 등을 역임한 고위관료 9명을 선임해 연간 개인당 최소한 5,500만원에 달하는 활동비를 지급했다.
그런데 연간 15회 이상 개최되는 농협 이사회의 안건 현황과 처리 결과를 보면 비상임이사들의 역할이 거의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2013년 1월부터 접수되거나 보고된 안건이나 의안 303건 가운데 대부분 원안으로 가결됐는데, 이 중 수정 가결된 안건은 4건에 불과했다.
또한 2017년 이사회에서 처리한 48건의 보고 및 의안 가운데 단 한 건도 수정된 안건이 없는 것은 비상임이사를 비롯한 이사회가 실무자들의 보고 안건을 그냥 듣고 거수기 노릇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김 의원은 꼬집었다.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듣기 위해 선임한 비상임이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이사회가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철민 의원은 "주요 부처 고위관료출신들을 비상임이사로 영입해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을 지출한 것은 농민현실을 외면한 처사이자 자회사와 금융분야, 각종 거래 등에 부정비리와 약점이 많은 농협중앙회가 이들에게 방패막이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비춰진다"며 "과도한 활동비 지급 개선과 거수기 역할이 아닌 명실상부한 의사결정기구로서 이사회 활성화 방안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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