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려는 마음은 여전하다. 다만 방식이 달라졌다. 비울 때 얻을 수 있다는 자각 덕분이다.

미술가 송수미가 서울과 전주에서 갖는 열두 번째 개인전 ‘나눌 수 있는 호흡’은 2012년부터 시작한 연작물 세 번째로 오랜 세월 사람 곁에 자리한 사물들을 통해 보편적 경험과 정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전과 동일하다.

아니 오히려 커졌다. 좀 더 많은 이들이 깊게 공감하길 바라는 작가의 열망은 새로운 가치관과 기법에 가 닿았다. 최대한 버리고 덜어내는 것, 맑고 가벼운 것이야말로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고 타인의 이야기를 품을 수 있단 생각에 ‘무소유’를 화두 삼았다.

이는 조형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료와 방법은 단순해지고 색은 무채색이 대부분이다. ‘단순화’를 꾀하는데 가령 실크스크린으로 전사한 그릇(용기)의 이미지는 기물을 넘어 마음그릇을 의미한다.

내용물이 없는 빈 그릇은 비어있는 동시에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의 충만함을 말한다. 나무로 만든 설치물은 군더더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매끈한 모양새로 더 많은 걸 상상하게 한다.

가족과 지인을 통해 얻은 가족사진과 그들이 사용했던 고재, 그릇, 재봉틀 같은 실용품을 사진 촬영해 디지털프린팅한 작품은 흐릿해 형태를 알 수 없는 등 생각의 폭을 넓히는 중이다.

간결하고 세련됐지만 특유의 따스함과 정겨움은 여전하다. 나란히 선 큰 나무 조형물 사이 작은 조형물은 어린 자녀와 그를 보호하는 부모를, 작은 조형물들 가운데 큰 조형물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자녀들의 돌봄을 받는 부모를 닮았다. 작품 속 스스로의 삶을 마주한다면 따뜻함은 배가 된다.

전주대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원광대 대학원에서 조형미술학 박사를 받았다. 1993년 첫 개인전을 가졌으며 국내외 500여회의 단체·기획·초대전에 출품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한국공예가협회, 한국공예문화협회, 한국섬유미술가협회, 한국공예문화협회, 그룹 플라스틱, 한지조형작가협회, 전북미술대전 초대작가로 활동 중이다.

전시는 25일부터 30일까지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과 11월 7일부터 11월 12일까지 교동아트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주전 초대는 11월 7일 오후 5시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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