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은 젊은이들로서는 견디기 힘든 곳이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취업난에 갈수록 생존경쟁은 심해지고 장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게 세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도피성 학업으로 취업을 유예하거나 아예 하는 일없이 무위도식하기도 한다. 기껏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어 제 앞가림이나 하는 경우도 흔하다.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탄생한 게 바로 캥거루족이다. 캥거루족은 학교를 졸업하고 자립할 나이가 되었음에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해 사는 젊은이들을 뜻한다. 보통 20대에서 30대까지로 한창 독립해 왕성한 사회활동을 할 나이에도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처지다. 대학원 진학에서부터 취업 준비, 자격증 공부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근본적으로 자립할 의사나 능력이 없는 게 사실이다. 부모들 역시 이런 자녀들의 부양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물론 우리나라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에는 프리터족이라고 해서 정규직 직업을 갖지 않고 그럭저럭 부모에 기대어 사는 청년층이 많다. 미국의 경우 이런 부류를 트윅터스라고 부르는데 한 조사에 의하면 25세 젊은이 중 부모에 얹혀사는 비율이 30%가 넘는다고 한다. 또 영국에서는 키퍼스라고 해서 부모의 퇴직연금을 축내는 청년들이 꽤 있고 이탈리아에서는 이런 젊은이들을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에 집착한다고 해서 맘모네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캥거루족은 이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류가 됐다. 과거 성년이 되면 분가와 결혼이 일반적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부모와 사는 게 더 많이 눈에 띄는 듯하다.
  우리나라 전체 청년층의 절반 이상이 캥거루족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직업능력개발원의 오호영 선임연구위원이 낸 ‘캥거루족 실태분석과 과제’ 보고서에 의하면 20-34세 연령층의 젊은이 가운데 캥거루족에 해당하는 경우가 전체의 56.8%에 달했다. 반면 주거나 경제적으로 독립한 청년층은 21.3%에 불과했다. 또 캥거루족의 경우 이에 속하지 않는 같은 연령대보다 경제활력지수가 11.8% 낮고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 지수 역시 9%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젊어 게으름은 늙어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평생을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사는 사람들은 부모가 능력을 상실하면 무대책이 된다. 사회적으로 보아도 독립심이나 도전정신이 실종돼 일자리 창출이 힘들어지고 결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기 쉽다. 이 지점서 미국 사회철학가 앨버트 허바드의 말을 새겨야 한다. “우리가 자식에게 너무 많은 것을 해주면 그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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