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지자체들이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실정을 무시하고 경쟁적으로 문화예술회관을 건립해 재정 압박과 운영부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적자 운영 속에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감안하지 않고 수요를 과하게 예측해 세금 낭비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전북도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에서 관리·운영하는 문화예술회관은 총 17개로 상당수 회관들의 자체 공연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 9월 현재 춘향문화예술회관(남원)과 장수 한누리전당이 자체 기획한 공연이 각각 7건, 순창 군민복지회관 9건, 진안 문화체육회관 8건,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 1건 등 상당수 회관들이 활용되지 않고 있다. 무주 예체문화관은 자체 기획한 공연이 전무했다.

특히 익산시가 운영하는 솜리문화예술회관과 예술의전당(2014년 개관)은 지난해 각각 6억원, 26억원의 적자를 냈다. 기존 시설도 적자가 쌓여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신축에 나선 꼴이다.

시민 편의를 위해 건립된 문화예술회관의 적자 경영은 주민 복지를 위해 예산을 들인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자체의 재정형편을 고려치 않고 예산을 무리하게 들여 건립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건물 신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이후 운영비도 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이 돼 그 부담은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전시, 일반행사 등의 대관을 통해 운영수지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대관 횟수나, 자체기획이 줄면서 시민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의 방문인원은 지난 2015년 10만3542명에서 올(1~9월) 현재 5만4889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춘향문화예술회관은 6만5680명에서 3만2196명으로, 김제 문화예술회관은 4만804명에서 2만8156명으로 방문인원이 감소한 상태다.

이들 세 곳의 문화회관을 운영하는 익산·남원·김제시는 모두 행정안전부가 꼽은 ‘축소도시’란 공통점이 있다. 축소도시는 인구 감소세가 뚜렷해 빈집과 빈 상가가 늘어나고 공공시설이 남아도는 지역을 말한다.

때문에 문화예술회관 이용객 감소로 인한 운영 적자가 매년 늘어나고, 누적되면 지방재정에 부담될 수 있는 만큼 운영수지를 조금이라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저변확대라는 명분의 문화시설이라 하더라도 운영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인력을 최소화하고 각종 행사 유치, 전시물 내실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한 이용객 유치 등 수익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들을 위해 문화시설을 지어 활력을 불어넣는 것도 좋겠지만 운영비조차 못 건질 정도로 적자폭이 커지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며 “무작정 문화시설을 늘리기에 앞서 남아도는 시설부터 어떻게 제대로 활용할 것인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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