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용웅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

평생 영어단어를 외우며 살아온 필자도 이 단어를 몰랐었다. ‘Nudge’라는 생소한 용어가 인구에 널리 회자된 것은 2008~9년 무렵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10년 가까운 세월의 경과로 사용빈도가 많이 떨어진 요즘, 스웨덴 한림원에서 날아온 외신은 이 표현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넛지’의 저자이자 시카고 대학의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 세일러라고 발음하는 이도 있다.) 교수가 2017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발표된 것이다.
  넛지는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뜻이다.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기 위한 몸짓에는 두 가지 즉, 팔 비틀기와 옆구리 찌르기가 있다. 팔 비틀기는 일종의 억압적, 규제적 방법이고, 옆구리 찌르기는, ‘옆구리 찔러 절 받기’라는 속담이 말해주듯, 유화적, 암시적 방식이다. 노벨상 수상자는 단연 후자의 우월성을 대변한다. 불합리한 인간들로부터 합리적인 선택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타율적 강압보다는 자유의사를 존중하는 부드러운 개입이 한결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경제학자는 넛지를 ‘자유주의적 개입주의’라 칭하는데, 자유와 개입이라는 반어를 교묘히 조합한 발상이 신선하다. 정부(또는 기업)가 나서서 국민(또는 고객)의 복지(또는 만족)를 향상시킬 수 있다면, 그런 개입은 필요하고 오히려 권장할 일이라는 점에서 개입주의를 두둔한다. 다만 개입 시에는 억압이나 처벌보다는 개인적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에서 자유주의를 수식어로 부가한다. 이런 시각에서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 정의되는 넛지는, 조금 거창한 소리 같지만, 시장이냐 사회냐의 이념적 대립을 초월하여 제시된 제3의 길이자 행동지침이라 해도 좋겠다.
  저자가 총애하는 넛지의 대표적 사례는 암스테르담 공항의 남자화장실에서 탄생했다. 남자라면 누구나 공중화장실 소변기 앞의 질퍽함이 싫을 것이다. 여기에 주목한 켐펠이란 기업가는 기발한, 어쩌면 하찮기 그지없는, 아이디어를 창안한다. 소변기 안에 파리 스티커를 붙여 놓는 것이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소변이 밖으로 새나가는 현상을 80%나 줄이게 되었다. 이제 세계의 주요 공항과 대학, 호텔은 물론, 가까운 익산역에서도 해충이 아닌, 유익한 파리를 볼 수 있다.
  이처럼 큰 돈 들이지 않고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현저히 개선할 수 있는 넛지는 특히 공공부문에서 더더욱 중요하다. 저자는 저축, 주식투자, 신용카드, 의료보험, 장기기증 등의 사례를 풍부하게 들면서 선택의 자유와 합리적 판단의 길을 동시에 열어주는 부드러운 유인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얼마나 긴요한 일인지 누누이 설명하고 있다.
  경제통상진흥원은 공공기관이다. 인허가, 단속, 처벌 등 규제는 일절 없고 100% 지원 기능만 가진 기관이다. 그런 만큼 지원 시책의 메뉴 구성과 개별 시책의 전개에 있어 더 많은 기업들이 더 적은 비용으로 현실적 필요에 맞게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시책을 수립, 집행함에 있어 넛지적 시각에서 기업에게 선택의 자유와 복지의 증진을 함께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매순간 자신이 선택설계자라는 자각 아래 고객과의 소통, 환류는 물론, 고객의 행동심리 파악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