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양방초’는 푸른 버들과 향기로운 풀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엊그제 겨울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도리행화는 석양리에 피어있고
  녹양방초는 세우중에 푸르도다’
  <정극인의 ‘상춘곡’ 일부>
  봄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상춘곡’처럼 우리의 풍경과 전통을 ‘메나리’에 담아 노래한 시집 <녹양방초>(문예원)가 출간됐다.
  전북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중인 김익두의 시집은 이번이 네 번째. 시집 제목 <녹양방초>는 원고를 탈고하는 날 아침, 갑자기 떠로은 제목이라고 한다.
  “환갑 진갑이 넘어 내 삶과 시들을 되돌아보니, 이제 내 시가 걸어온 길이 조금은 보이기 시작한다. 내 시는 우리나라 노래의 근원인 ‘메나리’ 곧 뫼노래·사뇌가·산타령 등으로 불려져 왔고, 가왕 송흥록이  우리나라 근원소리가 했던, 백두대간 소리 ‘메나리’에 근원을 두고, 나는 또한 이 소리 길을 따라 살아온 조선 사람의 후예로 자리하게 됨을 어쩔 수 없겠다.”
  이번 시집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한국신화략’, ‘홍어 드서유’나 ‘가지너물’같은 산문시가 실렸다는 점이다.
  이들 산문시는 판소리 창자의 ‘아니리’같은 느낌을 준다. 아니리의 가장 큰 특징인 서민들의 삶에 밀착된 기층언어가 반짝이고 있다. ‘땜시’는 물론이고 ‘깨까시’, ‘지프레기’, ‘오지 반대기’ ‘기맥힌’과 같은 토속어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시 제목도 군유형의 ‘드서유’다. ‘아득하안’ 세월, 검게 ‘타아버린’ 흑산도와 같이 직접 노래하는 것처럼 늘여 빼는 방식도 채택되고 있다. 그의 산문시에는 겨레의 판소리 미학이 아름답게 배어있다.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을 통해 문단에 나왔으며 세 권의 시집 외에도 <한국-민족공연학>, <한국신화 이야기>, <한국 공연문화의 민족공연학적 지평> 등의 저서가 있다. 제2회 예음문학상 연극평론부문, 제3회 노정학술상, 제3회 판소리 학술상 등을 받았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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