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식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근대 이후 유럽에서는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 위해서는 일정한 자격을 필요로 하였고 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일정한 학력을 갖춘 자가 국가시험 또는 공적 시험에 합격해서 일정한 연수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전문직은 근대 이전의 신분제를 대신하는 새로운 사회계층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 전문직이 근대화의 핵심적인 동력이 되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고 하겠다.
  그런데 전문직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자격제도를 둘러싼 사회계층간의 긴장감은 제도가 성립할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원인은 이 자격제도가 갖고 있는 「선발」과 「배제」라는 속성에서 유래한다. 즉, 자격제도의 특징은 「선발」이라고 하는 방법을 통하여 각각의 사회적 지위와 소득을 보장해 주는 각종의 직업을 배분하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선발」은 한편에서 보면 사회계층의 상승의 루트가 되지만 다른 한편에서 보면 외형적으로 보면 누구에게나 상승할 수 있는 길이 개방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배제」하는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까지 진행되었고 그 불씨가 여전히 남아 있는 사법시험제도의 폐지를 둘러싼 논쟁도 법조인 선발제도에 따르는 위와 같은 긴장감의 표현의 다름 아니다.
  사법개혁의 기치를 내걸고 법조인 양성제도로 사법시험을 대신하여 로스쿨을 도입한지 내년이면 10년째가 된다. 전국의 25개 로스쿨에서는 지난 11월 18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내년도에 입학할 학생들에 대한 면접시험을 실시하였다. 사법시험제도가 금년도 제59회 시험을 끝으로 완전히 폐지되었고 로스쿨에 대한 지원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로스쿨제도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이 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로스쿨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와는 별도로 주위에서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로스쿨 나와도 취업이 안 된다는데, 입학해도 괜찮은가?” 이다. 3년이라는 수학기간과 학비부담 등을 감안하면 취업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질문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물의 본질은 이러한 끝 부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근대국가에 있어서 가장 대표적인 전문직인 법조인을 양성하는 제도가 갖는 개인적, 사회적인 함의는 책 몇 권으로 설명하여도 부족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로스쿨을 거치면 각자에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간단히 설명함으로써 필자에게 질문하는 분들에 대한 대답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첫째로 들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자신에 대한 컨트롤 능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또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기 위하여 각자가 공부해야 할 법률과목의 양은 매우 방대하다. 즉, 학습하여 천착해야 할 정보량이 많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책상에 앉아 있지 않으면 아무리 요령을 피워 공부하더라도 변호사 시험에 합격할 수 없다. 이러한 공부 과정을 통하여 자신에 대한 완벽한 통제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 어떠한 일에 있어서나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둘째로 사물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과 판단력을 갖게 된다는 점이다. 법학은 일종의 논리학이라고 할 수 있다. 3년 동안 방대한 양의 기본서와 판례를 독파해 가는 동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이게 된다. 법조계는 물론, 행정공무원 그리고 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변호사가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이러한 능력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큰 덕(德)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로스쿨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료는 라이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격려와 아량을 주고받는 동지이다. 덕(德)도 훈련에서 나온다. 로스쿨은 3년 동안 베푸는 생활을 통하여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할 수 있는 인격을 함양하기에 아주 좋은 공간이다.
  로스쿨 졸업 후 위와 같은 세 가지 변화를 경험한 사람은 이미 자신이 예전의 나가 아니며 세상이 달라져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이렇게 변화된 나에게 일할 공간이 없을 것인가?
  염려 말고 오시라, 로스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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