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길 전북대 스포츠과학과 강의전담 교수

일반적으로 40대 이상의 남녀라면 누구나 어릴 적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펌프에 먼저 물을 한바가지 부어주고 펌프질을 했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 물 한바가지를 우리는 일명 마중물이라 한다. 마중물을 넣지 않으면 아무리 펌프질을 해도 물이 올라오지 않아, 마지막으로 펌프를 사용한 사람은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마중물을 받아두곤 했었다. 반가운 사람을 맞이하기 위해 나가는 것을 마중이라 하듯이 마중물은 시원한 물을 맞이하기 위해 부어야 하는 한 바가지의 물인 셈이다.
경제 분야에서 경기가 불황인 상태일 때 정부가 지출을 늘려 경제에 자극을 주면 그 다음부터는 더 이상의 정부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경제가 알아서 잘 돌아가게 되는 것을 마중물 효과(Pump Effect)라 한다. 즉, 국가가 일시적으로 재정지출을 증대시킴으로써 고용과 소비, 민간투자가 창출되고 경기의 자율적 회복이 가능해지는 원리이며, 1920년대 후반에 발생한 세계 경제대공황에서 미국의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사용한 뉴딜정책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마중물 효과는 주로 유통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컨대, 길거리에서 외식업체의 오픈이벤트로 오픈을 홍보한다면 무료시식권을 주거나, 신제품 맥주가 출시되어 음식점 테이블마다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 기법은 마중물 효과를 노린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비록 일시적인 적자지출을 야기하지만 이를 통해 기업은 충성도 강한 소비자를 형성할 수 있으며 잠재고객의 소비를 유도하여 장기적으론 더 많은 흑자를 발생시킨다는 것은 마중물효과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중물효과는 꼭 경제적인 부분에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며 우리 인생에도 빗대어 볼 수 있다. 우리는 종종 인생의 펌프질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소리는 요란한데 아무런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들이 존재하며 그러면 그럴수록 인생의 펌프질 속도를 높이고 팔이 떨어져라 더 열심히 펌프질을 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인생의 펌프질은 우리에게 생산적인 결과물을 제공하지 않기도 한다.
이때가 바로 인생의 마중물이 필요한 순간이다. 사랑을 받고 싶으면 먼저 애정을 부어야 하고, 돈을 벌고 싶으면 적당히 투자를 해야 한다.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고 싶다면 상대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즉 내가 끌어당기고 싶은 것들을 맞이하는 방법은 먼저 버리는 것이다. 누군가에 먼저 준 사랑은 더 큰 사랑과 신뢰로 돌아오며 타인에게 선행된 존중은 더 큰 의미의 존경으로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에서 마중물의 효과는 인생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인생의 펌프질은 목이 타면 탈수록 깊은 곳의 물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정성스레 마중물을 따라 붓던 어머니의 마음으로 간절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의 구성원들이 열정과 용기 그리고 희망과 같은 마중물 한 바가지를 자신의 인생펌프에 넣고 신나게 펌프질을 하는 그런 사회를 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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