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갑자기 몰아닥친 한파에 찾는 손님이 없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한 전주 모래내 시장-

살을 에는 듯한 갑작스런 한파가 몰아닥친 지난 1일 오전 11시. 전주 모래내 시장에는 장사 채비를 모두 마친 상인들 외에는 손님이 없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감돌았다.
 간간이 50~60대로 보이는 주부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그냥 둘러보거나 물건을 구매해도 1만원 이하의 잡화나 몇 천원짜리 채소를 사는 사람이 전부였다.
 삼삼오오 가게 앞에 모여 뜨거운 입김으로 연신 손을 녹이던 상인들은 오전 장사를 체념한 듯 벌써부터 이른 점심을 먹으로 가기 위해 가게 앞에 ‘점심식사 중’ 안내글을 붙이고 있었다. 
 김장철을 맞아 북적거릴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채소가게 앞에도 다른 가게들처럼 손님은 없었다.
 김장특수는 없었냐는 질문에 상인 박 모(54)씨는 “김장특수요? 에이, 요즘엔 사먹는 사람도 많고, 인터넷으로 김장재료까지 주문한다고 들었다”며 “명절특수, 김장특수 등 이젠 재래시장에는 그 어떤 특수도 없는 것 같다”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20분이 넘도록 박 씨의 가게에 머물러 봤지만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오는 손님은 없었다.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시장통닭집을 운영하며 수 년 전만 해도 하루 수십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던 강 모(61)씨도 “이젠 하루에 한 마리도 못 파는 날이 허다하다”며 “차라리 밖에 나가서 폐지를 주워 팔거나 문을 닫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푸념했다.
 전통시장의 불황에는 정말 추위도 한몫했다. 모래내 시장을 찾은 사람들은 연신 “시장 내부가 더 춥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서둘러 장을 보는 모습이었다.
 김장 준비를 위해 시장을 찾은 안 모(46·전주 인후동) 주부는 “날이 너무 추워서 오랜 시간 둘러보기 힘들다”며 “딱 필요한 것만 사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매서운 칼바람조차 피할 수 없는 길거리 노점상의 사정은 더욱 심각해 강추위 속에 매출마저 곤두박질하면서 울상이었다. 얼기설기 쳐 놓은 비닐 간이 막과 버려진 상자로 방석을 마련했지만, 체감기온이 영하에 가깝게 떨어진 매서운 추위를 극복하기엔 부족해 보였다.
 딱딱해진 밥을 물에 불려 점심 식사를 하고 있던 노점상인 안 모(76)씨는 “아직 마수걸이도 못했다”며 “새벽6시부터 나와 하루 12시간을 일해 번 돈이 시내버스비용과 밥값을 제외하면 고작 2만원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지만, 풀리지 않은 경기침체로 모래내 상인들과 도내 전통시장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갔다. 손님은 커녕 상인들마저 자리를 비워 한산했고, 전통시장에까지 뿌려진 대형마트의 할인행사 전단지가 나뒹굴고 있었다./양승수기자·ssyang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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